[ET타워]맹자 가라사대 `IT교훈`

◆이경우 IT산업부 차장 kwlee@etnews.co.kr

 맹자가 어느 날 제나라 선왕을 만나 물었다.

 “왕께서 음악을 좋아하신다는데 사실입니까.”

 왕은 얼굴이 벌개지며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천박한 유행가입니다.”

 “왕께서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남과 더불어 즐기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습니까.” 맹자가 되물었다.

 “당연히 여럿이 즐기는 게 좋지요.”

 선왕은 신이 나서 답했다.

 그러자 맹자가 선왕에게 말했다.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는데 백성들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우리 임금은 음악 되게 좋아하지. 우리는 이 지경으로 사는데 말야’라고 말합니다. 또 사냥을 나가는데 백성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우리 임금 사냥 되게 좋아하지. 우리는 이 지경으로 사는데 말야’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는데 백성들이 듣고는 벙글대며 ‘우리 임금 낙천적인가봐. 어쩌면 저리도 연주를 잘 하실까’라고 말합니다. 또 사냥을 나가는데 백성들이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하며 ‘우리 임금 건강하신가봐. 어쩌면 저리도 사냥을 잘 하실까’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왕께서 백성과 함께하느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입니다.”

 최근 IT산업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맹자의 명구가 연상된다.

 IMF 환란을 극복한 현정부는 IT를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삼았다. IT벤처가 국가경제를 살리는 일등공신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99년, 2000년 당시 IT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강력했고 국민이 거는 기대 또한 컸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세계 최고, 휴대폰 가입률 세계 1위, 인터넷 이용인구 증가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처럼 강력한 한국의 무기인 IT산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맥을 못췄다. 적자를 면한 기업을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세계 경기가 동반침체한 까닭도 있다. IT가 한계소비 상황에 도달했다는 물리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불거진 벤처 CEO의 도덕적 해이, 연이은 벤처비리 등은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가치의 상실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 IT 발전에 의한 사회적 규범의 동요·이완·붕괴 등 ‘IT아노미’가 급속히 진전된 것이다.

 기술보다 시장을 달라는 기업의 목소리에 기술지원을 우선하는 정부의 정책은 아이러니다. 기술 하나면 만사형통이라는 벤처기업들의 ‘마케팅 부재’도 실소를 자아낸다. 세계 최고를 훈장처럼 자랑하지만 속내는 헐값에 나온 기업들로 득실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여기에 투자자를 기만한 벤처 CEO들의 비리는 IT산업이 고개를 떨구게 한 결정타다. 백성(기업)과 함께하지 못한 ‘선왕의 독주’를 연상케 한다.

 19일 16대 대통령이 선출됐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꼽았다.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한국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는 IT경기가 하강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IT경기의 재부흥이다. 그것 역시 ‘선왕의 독주’가 아닌 ‘백성과 함께 하는 IT경제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