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계에 있어 올해는 ‘돌과 보석’이 확연히 구분된 한 해였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네티즌 수는 급격히 늘었고 이에 걸맞게 인터넷 인프라도 각국에서 급속히 확장됐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라고 해서 최근 2∼3년간 계속된 정보기술(IT) 부문 불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닷컴기업 감소세는 여전했고 벤처투자도 줄어들면서 수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역사 뒤편으로 사라졌다. 특히 인터넷 기술의 상징격이었던 P2P 업체 냅스터의 파국은 네티즌들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오프라인 업체들의 온라인 진출 나팔소리도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힘이 떨어졌다. 음반·영상업체들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뮤직넷·프레스플레이 등 온라인 음악전송 벤처들이 명목상의 사업만을 유지했다. 독일의 미디어 업체 베르텔스만이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함께 온라인 사업을 대폭 축소했고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의 가장 이상적 만남으로 평가받던 AOL타임워너의 분사설도 오고 갔다.
반면 기반을 확고히 다진 업체들도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업체는 아마존과 e베이였다. 특히 아마존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분기 내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매출을 올렸고 의류시장 진출도 성공을 거뒀다. 연말에는 베르텔스만의 일부 온라인 사업 부문 운영을 위탁받으면서 주가가 연초 11달러에 비해 2배 뛰었다. 나스닥 100대 기업들 중 최고의 성적이었다. 아마존은 CNN에 의해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경매사이트인 e베이 역시 3분기 순익이 1년 사이 3배 늘어나는 등 3년 이상 연속순익을 기록하며 온라인 경매라는 비즈니스모델이 시장에서 자리 잡았음을 실증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인터넷 인프라의 팽창이 뒷받침되고 있다. 올해 인터넷의 양적 신장은 어느해 못지 않게 두드러졌다. 비록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둔화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중국 등 아시아를 앞세운 인터넷 증가세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2002년 전자상거래 및 개발’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인터넷 인구는 총 6억5500만명으로 지난해의 5억명보다 30% 이상 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질적인 변화도 적잖이 읽혀졌다. 유선보다는 무선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 휴대폰이나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한 인터넷 접속비중이 커졌다. 미국에서 무선이용자 비율이 지난해 16%에서 올해는 25%를 넘어섰고 중국과 ‘i모드’로 대표되는 일본에서 무선인터넷 역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케이블모뎀이나 디지털가입자회선(DSL)과 같은 광대역 인터넷 사용도 폭증했으며 한국·홍콩 등 아시아와 미국에서 증가세는 한층 더 컸다.
전자상거래 규모도 급증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인터넷 업계에서는 올해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m커머스의 발전이 눈에 띄었다. 이는 m커머스가 서비스·제품 구매에서 편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 방식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이 크게 늘면서 기업·일반 소비자 등 모바일 이용자들의 데이터 전송이 음성전송 총량을 추월했다.
한편 가전 부문에서 미국 케이블TV업계와 가전업계는 12월 들어 방송전송 케이블을 TV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디지털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개발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 가정의 3분의 2가 시청하는 케이블TV 디지털화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날로그 위성방송의 연장을 둘러싸고 디지털 위성방송 업체가 NHK와 갈등하는 등 디지털 전환이 순조롭지 않았다.
게임기 시장 경쟁도 치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닌텐도가 각각 X박스와 게임큐브를 앞세우며 공격에 나섰지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의 아성을 무너뜨리진 못했다. 그러나 MS는 5년간 1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며 지난 11월 온라인 게임 서비스 ‘X박스 라이브’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전선 형성을 예고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능가하는 규모로 성장한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은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블록버스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소수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졌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