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강국 꿈꾸는 영국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에서 고속도로 M4를 타고 2시간 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웨일스. 영국의 실리콘밸리라는 ‘M4코리더(Corrider)’는 이 사이의 거리를 지칭한다. M4코리더에는 런던의 위성도시라고 할 수 있는 스위든, 리어드잉, 브링스톨 등이 있으며 IT업체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업체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
특히 브링스톨에는 ‘웰레스 앤 그로밋’ ‘치킨런’ 등으로 잘 알려진 아드만스튜디오를 포함해 볼렉스브러더스, A프로덕션, BBC브링스톨 등 상당수의 애니메이션업체가 집결해 있다. 정부의 지원책과 맞물려 많은 업체가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92년 설립된 볼렉스브러더스의 앤디 레이톤 프로듀서는 “정부의 육성책과 브링스톨시의 관심으로 이곳에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며 “주변의 다른 애니메이션업체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필요에 따라 장비와 인력을 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M4코리더와 마찬가지로 영국에는 지역별로 문화산업 클러스터가 잘 형성돼 있다. 정부가 지역별로 지역의 문화콘텐츠산업을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워진 것이 지역개발청(RDA), 지역문화컨소시엄(RCC), 지식·기술위원회회(LSC) 그리고 중소기업비즈니스서비스(SBS) 등이다. 주요 지역클러스터를 보면 북동부 티네사이드&티사이드의 멀티미디어 클러스터는 출판·건축·영화·소프트웨어 등이 특화돼 있으며, 동부미들랜드의 리콘&노팅햄 클러스터는 건축·광고·영화·출판·인터넷콘텐츠 관련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M4코리더를 끼고 있는 남동부에는 애니메이션·영화·광고·인터넷 등 미디어관련 산업을 특화하고 있다.
영국의 문화콘텐츠 산업별 현황을 보면 영화산업의 경우 2001년에 78편의 영화가 등록돼 77편을 기록한 2000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산업에 투입된 자금은 지난해 비교적 큰 폭 증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게 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4억5590만파운드(약 8662억원)가 영화산업에 쏟아지며 전년도인 2000년의 3억6760만파운드에 비해 24% 가량 증가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유럽의 애니메이션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에 비해서는 시장규모가 작은 편이다. 여기에는 영국의 방송사들이 유럽의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전체 방송시간 대비 애니메이션 방영비율을 적게 편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책과 기존 2D와 스톱모션 등 전통 애니메이션 제작위주에서 탈피해 컴퓨터그래픽(CG)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앞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브링스톨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전문 교육기관인 브링스톨UWE의 소피 파게트 사무처장은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들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득세하면서 컴퓨터그래픽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미국의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앰블리메이션, 드림웍스 등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영국에 장편 제작을 위한 지사 등을 세우고 있어 영국의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화시장 규모는 주변 프랑스 등에 비해 다소 적은 4200만달러 수준이다. 특이할 점은 프론트라인과 마켓포스, 세이모어 등 3대 유통사가 전체시장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서점 및 체인서점 등이 주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주문시장도 계속 증가추세다.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만화의 보급에 따라 만화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지만 영국 성인들이 만화를 즐기지 않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음반산업의 경우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한 나라로 음악창작 분야에 있어서 주요 강국 가운데 하나다. 지난 98년의 경우 유럽 히트 싱글음반의 상위 100곡 가운데 22%, 앨범의 31%가 영국 뮤지션의 작품이었다. 음악산업의 특징은 소규모 프로덕션이 80∼9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트렌드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영국은 온라인 음악사이트가 새로운 유통시장으로 자리를 잡으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00년 온라인 음악시장 규모는 1900만파운드로 전년도의 870만파운드에 비해 100% 이상 늘어났다.
<런던=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인터뷰>버머스대학 미디어학부 존 A 빈스 교수
“문화콘텐츠의 핵심은 바로 창의력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제작력을 갖추고 있어도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인정받기 힘듭니다. 영국 문화콘텐츠 업체들은 이를 위해 산학협력 그리고 외국업체와의 공동제작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영국 브링스톨에 위치한 버머스대학 미디어학부의 존 A 빈스 교수는 최근 영국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징을 이렇게 소개했다.
빈스 교수는 영국에서는 산학협력이 상당히 활기를 띠고 있으며 이것을 통한 좋은 작품들과 기술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영상업체들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대학 및 대학원의 학생들과 세미나 또는 워크숍 등을 통해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영상을 연출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과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대학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빈스 교수는 젊은층에서도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영화 등 문화콘텐츠업체들은 자체적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취업하기 전에 이 과정을 통해 실무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문화콘텐츠산업에 진출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받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빈스 교수는 “애니메이터들의 경우 초봉이 1만2000∼1만6000파운드 정도로 일반 사무직에 비해서 낮다”며 “하지만 4∼5년차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을 경우 3만∼4만파운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빈스 교수는 영국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의 잠재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많은 젊은이들과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해 상당한 열의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통 영국식인 제작방식이 아닌 CG, VR 등 신기술을 접목해야 한다는 정신이 팽배해 있어 이것이 영국의 창의력과 맞물린다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브링스톨=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정부의 지원책
영국은 문화콘텐츠산업을 창작산업(creative industries)으로 80년대 대처 정부시절부터 국가의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육성을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 문화콘텐츠산업이 미국 중심으로 흐르자 토니 블레어 정부는 지원수위를 한층 높였다.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는 문화부를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로 변경해 위상을 강화했으며 또한 여러 진흥조직을 설립했다. 이에 맞춰서 문화산업 전문인력양성, 재원조달, 지역과의 창작산업네트워크 구축, 창작산업수출진흥, 지적재산권보호 등의 발전 전략을 추진했다. 아울러 유럽 각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으며 세제상의 혜택도 많이 주고 있다. 인베스트 UK의 매씨유 스미스 계장은 “영국은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창작산업 가운데 디지털콘텐츠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디지털콘텐츠 육성을 위한 실천계획(UK Digital Contents-Action Plan for Growth)’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디지털콘텐츠 수출을 촉진하는 방안을 비롯해 디지털콘텐츠 창작을 위한 기술육성 계획, 디지털콘텐츠 포털을 통해 영국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종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정부 조직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원(BFI), 인베스트UK 등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0년 4월에 설립된 위원회로 복권(lottery)사업을 통해 발생한 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영상문화와 영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BFI는 1933년에 설립된 오랜 역사의 정부산하 기관으로 영국 문화예술진흥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TV프로그램·예술 등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증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인베스트UK는 투자유치를 위해 설립된 정부기구로 IT, 인터넷,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집중적인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 영국의 창작품을 수출하기 위해 창작산업수출진흥자문그룹(The Creative Industries Export Promotion Advisory Group), 영국해외태스크포스(Britain Abroad Task Force) 등이 운영되고 있다.
<런던=김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