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수의 앨범은 상업적이다. 수요자에게 공짜로 나눠주지 않고 가격을 붙여 파는 한 앨범의 기본 속성은 ‘상업성’이다. 대부분이 팔리는 것을, 그것도 빨리 팔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판매량은 ‘대중적 호응’의 다른 이름이며, 그것은 가수(또는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어떤 가수가 앨범 하나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자. 성공은 기쁜 일이지만 당장 다음 앨범이 부담으로 온다. 어떤 성격으로 후속작을 꾸며야할지 머리 속이 혼잡하다. 이 때의 갈등과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갈등은 뭔가 하면 성공한 전작의 패턴이나 이미지를 따라야 하나, 아니면 벗어나야 하냐는 선택의 갈림길이다.
‘브라운 아이즈’와 ‘체리필터’. 요즘 음악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새긴 가수들이다. 브라운 아이즈는 ‘벌써 1년’이란 곡으로 판매량의 낙폭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던 시점인 2001년을 성공적으로 헤쳐가면서, 70만장의 판매량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벌써 1년’은 그래서 ‘가요계 최후의 대박’이란 소리를 들었고 브라운 아이즈는 이듬해 ‘점점’으로 또 한번 성공을 반복했다.
‘체리필터’는 2000년 첫 앨범을 낼 때만해도 파워 록을 구사하는 언더그라운드형 그룹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낭만고양이’의 스매시 히트로 순식간에 대중과 친숙한 존재로 비상했다. 이들은 동시에 성공을 꿈꾸는 무명 그룹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밴드 시대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그 사이 브라운 아이즈는 해체됐고 팀의 음악 지휘자였던 나얼은 새 그룹을 결성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룹의 이름이다. 브라운 아이드 솔! 누가 들어도 바로 브라운 아이즈가 연상되는 작명이다. 음악의 완성도나 만족도를 떠나 일단 이름만 보면 ‘브라운 아이즈가 보여준 성공 실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체리필터도 그렇다. 산뜻한 제목인 ‘낭만고양이’가 주는 부담이 컸던지 얼마 전 내놓은 새 앨범은 ‘오리날다’가 타이틀곡이다. 본인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동물시리즈’가 돼버린 것이다. 그룹은 “애초 동물노래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으나 여러 가사 중 가장 맘에 들어 ‘오리날다’로 정했다”고 한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전작의 성공을 이어가려는 제스처로 비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둘 다 각각 브라운 아이즈와 낭만고양이의 이미지에 종속됐다고나 할까. 음악 관계자들이나 평단은 이러한 점이 맘에 들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 브라운 아이드 솔의 ‘정말 사랑했을까’와 체리필터의 ‘오리날다’는 팬들의 반응이 좋다. 그들의 판단이 그르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선택은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가요계의 슬픈 현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성공하지 못하면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하는 실태를 반증한다. 일단 상업적으로 성공해야 뭐든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요계에서 결과를 철저히 외면한 채 양껏 음악하기는 어렵다. 상업적 결과가 가수의 존재를 재는 으뜸 척도가 된 것이다. 이러자니 뻔하고, 저러자니 힘들고 참 애처로운 일이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