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이야기](20)

 애니매이션, 특히 흔히 2D 애니매이션이라 칭하는 장르는 이제는 상식이 돼버렸지만, 아주 복잡하고 많은 과정을 거쳐 작품이 만들어진다. 필름은 1초당 24컷, TV방송은 30컷의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데 10분 분량이라면 TV의 경우 1만8000장의 그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를 들어 편당 25분짜리를 52편 만들려면 무려 100만장이 넘는 그림이 필요하다. 하루에 300장 넘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 때문에 애니매이션 회사 대부분이 많은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그나마 10여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애니매이션 제작용 프로그램들은 많은 부분을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작업이 최소화되는 추세다.

 3D 애니매이션은 그 기반부터가 컴퓨터를 통한 것이지만, 2D의 경우에는 사람의 수작업을 대신하는 것으로 훨씬 빠른 작업의 성과를 내고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결과도 생겨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흐름을 거스를 대안은 사실상 없다.

 특히 채색(필름에 컬러를 입히는 일)의 경우에는 붓이나 물감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빠른 손놀림으로 클릭을 통한 컴퓨터 컬러링 능력을 가진 가람들로 대체되고 있다. 이로써 일부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한번도 물감을 다뤄보지 않은 사람들이 채색을 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어찌보면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이기도 하지만 미리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필자가 한동안 애니메이션 관련 대학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이런 현상에 대해 설명을 해주곤 했었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보수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한번도 그런 정보를 접해본적 없이 대학까지 왔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강의를 받던 학생들 중에서 P모군이 기억난다. 그는 학기가 끝날 때쯤 필자의 사무실까지 찾아와 진지하게 필자에게 강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는 특히나 자신이 알고있는 전통에 대한 신념이 매우 강해서 디지털화되는 애니메이션의 현실을 극구 부정했다.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예술이거니와 그럼에도 산업적인 요구에 의해 기능적인 잣대로 구조가 변함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하는 것이었다. 그가 펼치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사실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를 상대로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며칠후 대다수의 학생들을 이끌고 애니메니션 제작현장을 찾아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볼 수는 없었지만 수작업의 복잡하고 과다한 작업내용을 보여주고 다시 디지털화된 환경에서의 작업환경과 작업내용 그리고 제일 중요한 작업결과를 비교해 보는 체험을 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다음학기에 P군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듯 했다. 학기가 중반에 이를 무렵 나타난 P군. 자신은 그동안 컴퓨터를 배우고 있었노라 말했다. 그리고 그는 졸업 후 아주 유능한 애니매이터가 됐다. 그는 지금도 자주 만나는데 그 때마다 자신이 경험했던 당시의 사고적 충격을 이야기한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이라는 가설을 전제로.

 이제 애니매이션 세계에서도 디지털의 힘은 너무나 중요하다. 단 그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인간의 감성과 창의력을 표현해내는 효과적인 도구로서의 힘이다.

  손동수·픽토애니메이션 대표 artpil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