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국방정보화 사업 개발방식을 종전 민간업체 주도에서 사실상 군 자체 개발로 바꾸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군의 자체적인 정보체계 개발능력 보유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방 정보화사업의 개발방식은 통상 △정부(군) 주도 자체 개발 △정부 주도 용역개발 △업체주도 용역개발 등을 나눠지는데 군 자체 개발로 개발방식이 바뀔 경우 기존에 국방 정보화 사업에 참여해온 민간 SI업체들은 일단 배제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정보화 사업을 군이 자체적으로 수행할 것인지, 민간업체 주도로 할 것인지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분석평가관실에 지시했으며 이달 중 검토결과를 토대로 개발방식을 확정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 자체 개발능력 여부 논란=현재 우리 군에서 정보화와 관련한 개발·관리·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주요 기관은 국방부 전산정보관리소·국군지휘통신사령부·각군 중앙전산관리소 및 전산실, 국방과학연구소(ADD)·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이다.
이중 육군의 경우 전산관련 간부는 400명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해·공군은 육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각군의 전산분야 간부들은 단위 부대별 전산 자원을 관리·유지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육군의 경우 전산장교 중 10% 정도만이 정보시스템 개발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스템 개발경험을 갖고 있다고 해도 신기술과 새로운 개발기법을 습득한 군 간부가 극히 드물다는게 군 안팎의 평가다.
또 ADD·KIDA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 사업관리 수행만 가능할 뿐 실제 직접적인 개발은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과거 몇년전 ADD 주도로 CPAS선행 개발사업을 진행할 당시 ADD 4체계본부 지휘통제체계부에 130명 정도를 충원해서 개발이 아닌 사업관리만 수행했었다.
특히 국방부가 시스템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주요 자원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학 전산관련 학과출신 병사들의 경우 군사훈련이후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1년 정도여서 장기간이 소요되는 정보화 프로젝트 특성상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국방정보화 체계를 군 자체개발시 이에 필요한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개발능력을 갖추는 데는 적잖은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군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SI업체의 한 국방사업 임원은 이와 관련, “기술 발전속도가 빠르고 고급인력이 필요한 국방정보화 사업 특성상 업체주도로 개발하되 군의 기술력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업체 및 군 주도 개발방식의 장단점=‘업체주도-군 검증’ 개발방식의 장점으로는 △신기술 적용 용이 △국각정보화 산업발전 도모 △군 출신 취업원활 △전력화 일정 준수 △체계 신뢰성 유지 등이 꼽힌다. 단점은 △규격정의 미흡 △비용증대 등이다.
따라서 이 개발방식에는 △군 고급 업무전문가 활용 △사용자 요구분석 및 설계 △품질인증 등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국방부가 검토중인 군주도 업체지원 개발방식의 경우 장점은 △사용자 규격정의 용이 △설계변경 용이 △비용절감 효과 △업무혁신반영 △체계운영지원용이 요소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의 단점으로는 △장기간 보직관리 곤란 △개발기술인력확보 곤란 △개발환경구축 요구 △국가정보화 산업발전 저해 △군 출신 취업제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 군무원의 확보와 △업체개발인력 이용이 보완해야 할 요소다.
◇군 출신 취업자의 실업 위기 및 우수자원 방치=군 자체 개발시 국방장관이 누차 강조해온 군 제대자의 사회진출 확대에도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취임시 군 제대자의 일자리 창출(약 8만명)을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국방부는 서울 용산 소재 복지단에 ‘구직센터’를 개설했다.
현재 정보통신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1000 여명의 군 출신이 취업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SI업계는 국방 전산인력들의 사회 진출 ‘집합소’ 역할을 해왔다. 특히 SI업계에는 해·공군 C4I사업과 관련한 군 출신 인력 120여명 정도가 취업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만일 해·공군 C4I 사업이 연기 또는 재검토 될 경우 이중 약 80%(100 여명) 이상이 권고사직 등으로 실직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또 국방정보화 사업이 전면 변경될 경우 타 정보화 사업체에 취업한 군 출신 직원들도 실직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군 고위급 출신 SI업체 국방사업 임원은 “군자체 개발능력에 대한 정확한 분석없이 민간업체를 배제하는 쪽으로 개발방식이 즉흥적으로 바뀔 경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물론 우리 군의 전투력에도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