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안에 11억달러의 자금을 들여와 새로운 대주주(39.5%)의 영향하에서 독자 생존의 길을 찾게됐다. 이뿐만 아니라 후발 통신사업자를 망라한 통신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을 중심으로 통신사업을 본격화하려던 LG그룹의 밑그림은 송두리채 흐트러지는 등 통신사업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하나로통신의 향배는=하나로통신은 11억달러 자금을 갖고 우선 발등의 불인 단기 유동성을 해소할 계획이다. 우선 SK그룹이 인수한 1200억원과 함께 연말까지 닥치는 3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갚은 뒤 나머지 자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윤창번 사장은 “외자유치를 통해 들여온 자금으로 두루넷 인수에 나설 것이며 향후 통신시장의 후발사업자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3강 세력을 형성해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두루넷을 인수해 초고속인터넷 부문에서 확고한 2위 자리를 굳히고 LG그룹의 데이콤, 파워콤 등과 제휴를 추진,후발 사업자 융합의 핵이 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나로통신은 또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함에 따라 사업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고 휴대인터넷 등 수종 사업에 투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부에 통신시장 유효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비대칭규제 정책을 요구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은 가입자선로 공동활용제도의 실질적 정착 등을 요구하는 한편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 등과 관련된 정책을 개발해 정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걸림돌 산적, 험로 예상=그러나 하나로통신의 앞날이 계획대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선 두루넷 인수를 놓고 LG그룹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소매시장에서 LG그룹이 데이콤과 파워콤을 앞세워 총력전을 펼 경우 하나로통신의 향후 사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하나로통신의 뜻대로 데이콤 등과 제휴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하나로통신이 독자생존은 가능하겠지만 ‘통신 시장의 3강의 핵’ 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휴대인터넷 등 전략 사업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아울러 하나로통신측은 파워콤 망에 의존해 LG와 갈등이 일어날 경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LG그룹 통신사업 어떻게 되나=외자유치안 가결로 LG의 통신사업은 막대한 차질을 빚게됐다. 당초 하나로통신을 중심에 두고 LG의 통신계열사들을 배치한 뒤 통신지주회사를 설립하려던 그림이 폐기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데이콤, 파워콤, LG텔레콤 등 현 계열사만으로 별도의 전략을 구상해할 뿐 아니라 유선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매사업까지 직접 벌여야할 형편이다.
게다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려면 두루넷 인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두루넷을 놓칠 경우 통신 시장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하나로통신에 빼앗기게 된다. 하나로통신과의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LG는 이번 주총 결과로 인해 그룹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전략 부재로 인해 사업 구도에 차질을 빚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하나로통신을 값싸게 인수할 기회를 놓친 것은 전략적인 실수라고 인정하고 있다. LG가 통신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 개편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LG는 일단 유·무선통합,방송·통신 융합 등 새로운 종합정보통신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됐다.
LG는 그렇지만 하나로통신과의 제휴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와 마찬가지로 LG로선 향후 사업 구도상 하나로와의 제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양측이 주총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제휴 논의가 쏙 들어갈 수 밖에 없으나 다소 누그러질 경우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의 주식 맞교환과 사업구조 조정은 양측 모두 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양측이 묵은 감정만 푼다면 제휴 논의가 오히려 급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LG가 검토중인 주총 무효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 윤창번 사장 일문일답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은 21일 주주총회에서 외자유치안이 통과되자 “지난 1년반 이상 기다려왔던 외자안이 가결됐다”며 “많은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과 성을 다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통신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특히 “지지해준 소액주주들과 주주들에 감사한다”며 “2대 주주인 LG그룹과 다른 통신사업자와도 충심으로 협력관계 구성해 정보통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외자유치로 본격적인 외국인 경영시대가 열렸다고 보는데.
▲우리나라 유수의 기업들이 50% 이상의 외국인 지분을 받아들였다. 기간통신사업자도 49%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지배구도와 외국인 경영참여가 기업가치, 주주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통신시장 구조조정에 대해, 두루넷, 온세통신, 데이콤에 대한 생각은.
▲두루넷 인수는 이미 여러번 의사를 밝혔다. 온세통신, 데이콤 등과 사업적으로 협력관계를 끌고 가거나 전략적 동맹관계를 가져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나로가 중심이돼 통신시장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LG측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하겠다고 하는데.
▲63%의 찬성, 20%의 반대가 있었다. 이 결과가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고 본다.
-LG와의 협력방안은.
▲지금까지 KT와 무리한 경쟁을 하다 보니까 오늘의 자금난을 초래했다.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 올초 KT와 클린 마케팅 협정을 맺어 앞으론 치열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LG를 비롯한 모든 업체와 협력할 것이다. 제2의 유선사업자로 앞으로의 유무선 통합에 대비할 것이다. 조만간 LG를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다.
-인력조정 계획은.
▲사업 확장을 감안해 인력조정은 없을 것이다. 인력 재교육과 재배치를 통해 가능한 한 모든 인원을 끌고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 `소액주주들의 힘`
‘43%의 기적을 일궜다.’
하나로통신의 21일 주주총회 결과를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 외자유치 찬성 기관 지분인 20.6%의 배를 넘는 43% 가량의 찬성표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십시일반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 힘이 이날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의 외자유치안 통과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재벌 기업의 주총장에서 벌어진 소액주주운동이 이슈화된 적은 있으나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 소액주주의 힘으로 ‘뒤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총 직후 박민혁 하나로통신 우리사주조합장은 “전례가 없는 응집력으로 결집해 소액주주들의 뜻을 관철시킨 데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회사뿐 아니라, 전사원이 소액주주들과 뜻을 함께 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결과”라고 자평했다.
그는 외자 경영에 대해 “선진경영시스템 도입을 통한 투명한 경영체제가 도입되길 희망하며 소액주주들과 함께 주주·고객·종업원 등 3주체가 모두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회사가 나아갈 수 있도록 힘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총은 각종 진기록을 쏟아냈다. 지난 1일부터 주총 직전일인 20일까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진행된 상담전화가 무려 7만9200여통에 달했으며, 소액주주 홈페이지에는 총 방문자수가 9만5879명에 달했다. 하루평균 페이지뷰가 3만7400여건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소액주주의 힘에 한층 고무된 하나로통신측은 앞으로 주주홈페이지 상설화 및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또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도 위임장 부여 등 소액주주 참여를 적극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