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수입상을 통해 유포되는 ‘그레이’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레이 제품은 사후서비스가 불분명한 만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달 들어 AMD 마이크로프로세서 유통시장에서 그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까지 늘어났다. 이는 그레이 평균 물동량이 10∼20%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1·2월 들어 수요급증에 비해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한데 근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니치마켓용 저가모델이나 단종을 앞둔 CPU가 유입됐으나 최근에는 70% 이상이 시장 주력기종인 ‘AMD 애슬론XP 바톤2500+`의 최상위급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AMD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주력기종인 ‘애슬론XP 바톤2500+`의 경우 전체 시장의 30%까지 그레이가 차지하고 있으며, 용산 전자단지내 전문몰에서도 채용을 늘려가는 추세다. AMD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정식 대리점을 통해 파악되지 않은 물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지난달 말부터 홍콩과 미국의 대형 디스트리뷰터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 주당 200∼300개씩 꾸준히 공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AMD 마이크로프로세서 공급부족이 심화되면서 그간 채산성이 맞지 않아 수입을 꺼려온 수입상들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때문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달 30일자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2.6c 프로세서의 물량 부족이 어느 정도 해결된 반면, AMD는 여전히 ‘애슬론XP 바톤2500+` 물량이 부족한 실정. 1·4분기 들어 유럽과 북미지역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시아지역 공급물량이 줄어든 데다, AMD 내에서도 64비트 프로세서로 주력기종을 이전하기 위해 ’애슬론XP 바톤2500+‘를 의도적으로 적게 양산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실제로 대리점 관계자들은 “’애슬론XP 바톤2500+‘의 경우 전체 수요의 30%도 채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컴퓨터 관련 가격비교사이트인 다나와에서도 그레이가 11만4000원으로 정품보다 오히려 1000원 비싸게 올라와 있지만, 거래는 활발한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 물량이 범람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피해로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내 대리점에서 사후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해외로 물건을 보낸다 하더라도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리점에서는 `정품‘이라는 대리점 스티커를 확인하고 물건을 구입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으나 수급을 원활하게 해 줄 특단의 방안이 없는 이상 ’그레이 100% 차단‘이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AMD코리아도 "현재로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AMD코리아는 "본사 차원에서 그레이를 유통한 회사들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원천적으로 그레이를 봉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며 "국내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고, 수급 원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