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이야기지만, 필자가 라스베이거스에 처음 갔을 때, 아주 진귀한 현상을 발견하고 의아해 한 적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블랙잭’, ‘바카라’ 등 테이블 게임을 하는데 플레이어 뒤에서 계속 따라가기만 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았다.
겜블이란 자기 스스로 배팅을 하고 패를 받아보는 스릴을 즐기는 게임이기에 자신의 돈을 걸고 승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그들의 게임 운영 방법이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임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포커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주 가끔씩 게임이 무척 잘 풀리는 날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말하자면 이런 날은 행운이 따르는 날이다. 포커게임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이러한 행운이 라스베이거스 테이블 게임판에서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날 따라 운이 많이 따르는 플레이어를 물색하고 그 사람의 행운에 기대보는 것이다.
즉, 뒤에서 특정 플레이어에게 계속 따라가는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많은 플레이어를 관찰해 그 중에서 가장 행운이 따르는 것 같은 사람에게 자신의 돈을 같이 베팅하는 식이다. 카지노에 따라, 그리고 종목에 따라(플레이어와 일행이 아닌 한) 뒤에서 함께 베팅하는 것을 규제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아주 큰 승부를 하는 VIP룸이 아닌 이상 규제는 그리 심한 편이 아니다.
이러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가리켜 머신 거너(Machine Gunner, 자동 소총 사수)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머신 거너들의 승률이 생각보다 상당히 괜찮다는 점이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스스로 플레이를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행운이 따르는 사람들만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을 통해 승부를 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제법 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머신거너들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급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직접 게임을 하기보다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 사람의 실력은 사실 전혀 미지수다)을 찾으려한다는 점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게임에서 실력으로 이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증명해 주는 것이다.
더불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행운이라는 사실도 함께 증명하고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플레이어가 실력으로 카지노를 이길 수 있다면 살아남는 카지노는 몇 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포커게임은 플레이어 간의 승부이기에 실력차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어떤 게임이든 카지노의 승률이 플레이어보다 높다. 따라서 천하의 고수라한들 카지노게임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에서는 무리해서 이기려하기보다는 큰 피해 없이 게임을 즐기고, 경험해본다는 가벼운 마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다 보면 이기는 경우도 얼마든지 나온다.
만약 라스베이거스에 갈 일이 있다면 오늘 이 머신거너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쯤은 되새겨보자.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