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중소벤처기업 공동콜센터에는 11개 중소기업이 동거하고 있다. 금요일 저녁 6시경, 센터에선 50여명의 상담원이 여전히 제각기 전화 영업을 벌이거나 상담을 하고 있지만 상상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고 ‘웅성웅성’하다. “다른 상담원에 방해가 안되게 작은 목소리로 통화하는 예의를 서로 지키는 거죠.” 컴투스 박경희 팀장(30)의 설명이다.
공동콜센터는 비용문제로 자체 콜센터 구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통부 예산으로 지난 해 만들어져 인터넷전화(VoIP)와 고객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콜센터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권재욱 IT중소벤처기업연합회 대리는 “직접운영과 비교해 운영비용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사는 장비, 유해인터넷차단소프트웨어, 쇼핑몰, 모바일 게임, 도어록 등 다양한 분야에서 11개사.
전화마케팅 운영은 회사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콜센터 입주기업인 플랜티넷 상담원들은 각자 하루 400통의 전화를 걸어 인터넷 유해물차단 솔루션 30건 가량의 판매를 성사시킨다. 전화 13통에 한 건 꼴인 셈. 한애림 팀장(46)은 “하루 20건만 해도 성공하는 거예요. 그런데 상담원별로 개인차가 상당히 크죠”라고 말했다. 콜센터 운영과 교육을 맡은 씨큐어넷의 김경숙 실장이 소개한 비법은 “전화마케팅도 노하우와 트렌드가 있어요. 과거에는 높은 음의 느린 말투로 친절하게 했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런 친절한 말투에 오히려 짜증을 내기 때문에 음색과 속도를 상대방에 따라 바꾼다”는 것.
모바일게임 업체인 컴투스는 마케팅보다 주로 게임 이용고객의 상담을 받는다. 새 게임이 나왔을 때 전화를 걸어 소개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 박경희 팀장의 자리에는 새로나온 게임의 메뉴얼이 잔뜩 걸려 있다. 게임이 나올때마다 외우듯 숙지하지만 마니아 수준의 고객들이 문의를 해올 때면 회사 개발자에 연결해주는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의 동거로 생기는 문제는 없을까. 김 실장은 “서로 정보가 새는 일이 없도록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맞추고 있다. 평소 근무하면서도 서로 보안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설명했다. 서로 친해지기 위해 아침 체조나 발성연습, 스트레칭 시간을 따로 갖고 상담원간 서로 모르게 짝을 지워줘 선물을 주고받는 ‘마니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하지만 주5일 회사와 주6일 회사간 차이, 임금 격차, 구조조정 분위기 등으로 가끔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한쪽 벽에 상담통화량을 실시간 표시하는 전광판은 격려만이 아닌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김 실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전화 마케팅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없다”며 “입주 중소기업들이 저렴하게 콜센터를 운영하는 혜택 뿐만이 아니라 전화마케팅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자체 교육과 컨설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