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신산업정책 이끄는 여당 3인방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두가 죽겠다고 난리다. IT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묘수가 없을까. 노무현 정부의 실세로 알려져 있는 염동연 의원(열린우리당)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는 이 같은 고민을 같은 당의 김진표 의원에게 털어놓았다. 우연히 두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강원도에서 개최한 정책 워크숍에서 같은 방을 쓰며 이 같은 고민을 공유하게 됐다. 여기에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안병엽 의원이 힘을 보탰다.

 지난달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발족된 ‘신산업정책포럼’은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했다. 책임 있는 집권당 의원들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IT 및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직접 대화 통로를 만들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와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 결성된 이 포럼은 창립 당시 50여명의 여당 의원과 100명이 넘는 IT 및 과기분야 민간 전문가가 참여, 성황을 이뤘다. 정쟁만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치권이 모처럼 좋은 일을 도모하고 있다며 업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부총리 출신의 김 의원은 “정치권이 발목만 잡는다는 비난이 많은데 거시적(매크로) 부분은 정부에 맡기고, 보다 중요한 개별(마이크로)산업 육성을 위해 여당이 무엇인가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포럼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로 산업이 애로를 겪고 있다면 그 부분을 정치력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의원도 “국가 기반산업을 IT, 부품·소재 등 기술집약적 신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에너지 자원 확보를 국가 안보 및 경제의 주요 정책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하며, 신산업 육성을 주도하는 과학기술 분야 발전을 지원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포럼 취지를 밝혔다.

 포럼의 산파 역할을 한 염 의원은 녹차로 유명한 보성출신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조직의 귀재로 알려진 그는 이후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면서 호남의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는 복잡하고 난해한(?) IT와 과기 분야에는 아직 문외한이다. 컴퓨터라고 해야 인터넷 검색 정도만 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IT와 과기가 주요 영역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정위)를 선택, 활동하고 있다. “왜 과기정위를 선택했냐고요?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IT와 과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라고 강조한 그는 “하지만 정치색을 떨쳐버리려는 심정도 솔직히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산업정책포럼’은 IT와 부품·소재, 그리고 에너지 등 3개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염 의원은 이 중 에너지 부문을 관할하고 있다.

 재경부 장관 출신의 경제통 김진표 의원은 부품·소재 분야를 맡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준비없이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고사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김 의원은 하루 빨리 일본과의 합작 등을 통해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산업정책포럼’이 이에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함은 물론이다.

 골드만삭스 부회장이 “한국 관리 가운데 가장 영어를 잘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는 김 의원은 특히 기계·화공·건설의 총합체인 플랜트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다음 에너지 분야 주제도 플랜트로 할 작정이다.

 국내 인터넷 보급에도 큰 역할을 한 안병엽 의원은 전공을 살려 IT 부문을 맡았다. 행정부에 있을 때는 의원들이 뭣도 모르고 큰소리만 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의원이 되고 보니 “행정부가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더라”고 털어놓는 그는 벤처의 특성을 모르고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을 예로 꼽았다.

 국회 내외곽에 많은 포럼이 있지만 산업계 의견을 즉각 반영하고 기업이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우려한 안 의원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견인하는 주역인 기업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반영하기 위해 이 포럼을 디딤돌로 삼을 생각이다.

 포럼을 이끄는 이들 3인방은 모두 초선 의원이지만 역량과 비중 면에서는 결코 중진에 뒤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신산업정책포럼에 대해 생색내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행사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그러나 염 의원은 모임이 결코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면서 발전 방향을 봐서 사단법인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지금, 진정으로 업계의 고충을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곳이 없기에 ‘신산업정책포럼’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사진=윤성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