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면특허` 기부 환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에서 활용하고 있지 않은 특허기술을 비영리 기관에 기부해 중소기업에 이전하고 대신 특허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를 통해 세금을 일정비율 감면해주는 ‘특허기부제’ 도입을 제안했다. 특허기부제를 통해 대기업의 미활용 특허기술이 중소기업으로 이전될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분위기가 조성돼 국가 산업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특히 대기업에서 잠자고 있던 휴면기술을 공개적으로 내놓음으로써 대기업은 특허유지비용을 절감하면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다 중소기업들에는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연구개발(R&D) 투자 유인 제공 등 사회적 효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경련이 내놓은 ‘국내 미활용 특허 활용방안’ 보고서를 보면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20%가 기술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빛도 못 본 채 사장되고 있다고 하니 하루 빨리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중소기업에 이전되는 기술도 있지만 그것은 9.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아예 폐기되거나 방어적 목적으로 단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그것도 연구원들이 고생해서 개발한 특허기술이 사장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기술 트렌드 변화나 사업성 부족·사업부문 재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특허기부제의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허 폐기나 보유는 기업 스스로 판단할 사안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잠자고 있는 특허들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사업화할 수 있는 것이라 데 문제가 있다. 돈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연구 성과물을 활용도 않고 내버린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특허 활용과 관리가 그동안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왔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중소기업을 통해 국가와 기업의 자원인 기술 특허를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제안은 특허관리의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매우 현명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제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삼성전자 등 민간 대기업 49곳이 특허 기부제도 도입시 적극 참여하겠다는 자발적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그동안 산업자원부가 앞장서서 대·중소기업 상생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재계에서 나온 특허기부제 도입 제안은 이런 상생분위기를 한차원 높여 활성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무료로 추가 기술지원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휴면기술이 무려 1442건이나 된다고 한다. 특허심사 평균기간이 25.7개월로 선진국보다 길어 사업 추진에 막대한 애로를 겪는 우리 현실을 볼 때 특허 기부제도가 갖는 또 하나의 이점은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이다. 특허 지연으로 이익 향유기간이 짧은데다가 이로 인해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업계 간 불필요한 분쟁이 야기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휴면특허 활용은 국가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가 있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재계의 특허기부제 제안에 대해 정부가 신중히 검토하는 것도 좋지만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일본이 자국 기업들에 휴면특허를 활용해 우리기업을 공격하게 하는 점에서도 그렇다. 무엇보다 특허 기부제도가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가 산업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만든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