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훈의 게임 중계석]e스포츠 10년 역사를 앞두고

‘겨울’이라고 하면 눈 덮인 하얀 광경이 떠오른다. 하얗게 뒤덮인 세상 풍경은 시각적으로 좀 따뜻한 느낌을 준다. 사실 춥게 느껴지는 건 눈도 오지 않는 꽁꽁 얼어붙은 스산한 풍경이다. 요즘 우리가 만나는 풍경이 그렇다. 눈도 잘 오지 않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운 풍경이다. IMF보다도 더한 불황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잿빛 코트 속에 웅크리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이 추운 겨울에도 어디에선가 군불을 때고 있다. 2004년에서 2005년으로 넘어가는 이 혹독한 겨울에도 조금은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 있고 필자는 그곳이 e스포츠 분야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2004년은 안팎으로 e스포츠계에 눈여겨 볼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으므로 구분을 해야 할 정도다. 대내적으로는 드디어 한국 e스포츠의 장르화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1년간 e스포츠 장기 육성 방안을 위하여 e스포츠 포럼을 개최했고, 그 결과물을 모아 지난 12월 15일 대외적으로 지원 방안에 대해 공표했다.

그 배경에는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한국 프로게임리그의 영향력이 큰 힘이 되었다. 지난 7월에는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전에서는 관객 10만명이 동원됐고, 팬들은 이를 ‘광안리 사태’라고 부르고 있다. 대기업의 e스포츠 참여가 두드러진 한해이기도 했다. 삼성과 KTF, SK텔레콤에 이어 팬택& 큐리텔이 팀을 창단해 대기업 팀 창단에 가속이 붙었고, 주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타 기업들에게도 e스포츠 창단의 이유를 증명해 보인 것이 또한 중요한 한해였다.

국내 상황 못지않게 해외 상황도 숨가쁘게 돌아갔다. 삼성의 WCG는 글로벌 본선을 처음으로 해외에서 치러냈다. 그 성과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는 있으나 어찌됐든 WCG의 본격적인 해외 시대가 개막된 셈이다. 타 세계 대회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위치를 굳건히 지키는 한 해가 되었다. ESWC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세계 3대 대회로서의 위상을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CPL 역시 여름과 겨울 두 번의 이벤트를 통해 세계 e스포츠 의 선도자의 위치를 굳게 지켰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e스포츠를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하며 세계 e스포츠 시장에 등장한 중국은 올 한해동안 무려 10회가 넘는 크고 작은 국제대회를 유치하며 세계 e스포츠의 태풍의 눈으로 성장했다. 8월 한중 국가 대항전의 성공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로 출범하는 WEG가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르는 한해였다.

2004년 한해 동안 그 어떤 분야보다도 숨가쁘게 달려온 e스포츠 분야다. 어제 오늘 시작된 것 같은 e스포츠가 해를 넘기면 만 8년, 햇수로 9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2005년의 e스포츠 기상도는 아주 맑음을 넘어서 과열 양상이 예측될 정도다. 누군가 그랬다. 한 분야가 10년을 이어가면 산업이 된다고…. 2005년 한국 e스포츠가 그 태양 아래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게임케스터 nouncer@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