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CPU시장 2위인 AMD는 작년 한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 시장 1위인 인텔이 제품 출시 연기 등으로 곤혹을 치른 반면 AMD는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64비트 컴퓨팅 시장이 본격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올해도 AMD는 어느 반도체 업체보다도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AMD의 사령탑인 헥터 루이즈 CEO는 올해 AMD가 노어와 낸드형 플래시메모리의 장점을 결합한 오어낸드 플래시 메모리로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침체된 IT경제가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한해 IT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근의 침체된 IT산업이 언제쯤 회복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IT산업은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죠.
-반도체 산업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 상황은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합니다. 올해 반도체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올해 전체적인 반도체 시장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전체적인 시장 상황보다는 개별 업체들이 시장에 어떻게 어필 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AMD의 경우 본격적인 64비트 시대를 맞아 32·64비트 겸용 칩의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서버 시장에서 듀얼 코어 등의 제품들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나간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한국은 하나의 독립된 지역(region)으로 분리돼 있을 만큼 AMD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입니다. 한국내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충분하게 할 것입니다. 프로세서 시장에 대한 투자와 함께 플래시메모리 부문의 투자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특히 한국은 휴대폰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과 우수 인력들이 포진 하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인 스팬션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시장입니다. 이미 작년 11월에 스팬션이 한국 내에 전세계를 지원하는 R&D센터를 설립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AMD와 인텔은 설립 이래 계속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AMD는 비교적 양호한 경영실적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 기업인 인텔을 쫓아가기 쉽지 않을 텐데 인텔에 대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아직도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지 않아요. 결코 만족과 안주란 없어요. AMD 재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동인은 우수한 인력과 이들의 노력입니다. AMD는 특히 이직률이 매우 낮은 회사에요. 현재 CPU 시장에서 점유율은 10% 정도입니다. 저가 서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7%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데스크톱 PC 소매 매출의 50%를 넘어서고 있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AMD는 로엔드 서버 시장점유율을 10%에서 20%로 확대할 것입니다. 또 5년 내 기업용 PC 시장의 30%, 그리고 소비자 PC 시장의 50% 점유율을 달성하기 위해 매진할 것입니다.
-CPU와 함께 스팬션을 통한 플래시메모리 사업은 AMD의 또 다른 주력 사업입니다. 올해 플래시메모리 사업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노어형 플래시메모리 부문에서 AMD의 자회사인 스팬션은 인텔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미러비트를 기반으로 한 기술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될 오어낸드(ORNAND)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오어낸드 아키텍처는 기존에 양분되어 있던 노어(NOR)형 플래시메모리의 장점과 낸드(NAND)형 제품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군입니다.
-AMD의 CEO로 취임한 이래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경영철학이 있다면.
▲내가 합류한 직후 AMD의 상황은 최악이었어요. 닷컴 거품이 붕괴되면서 하이테크 시장은 몰락에 가까운 심각한 침체를 보이고 있었지요. 결국 공장 두 개를 폐쇄하는 등의 강도 높은 감량 경영을 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대대적인 변혁도 단행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AMD는 데스크톱, 노트북(랩톱), 서버 순서로 여기에 사용되는 각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오랫동안 초점을 맞추어왔지만, 이 순서를 반대로 뒤집었습니다. 여기에 기업용 시장까지 목표에 포함했지요. 인텔이 시장점유율 100%를 차지하고 있던 x86 기반의 서버 시장 공략을 개시하면서 ‘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차라리 회사 문을 닫겠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합니다. 이는 우리가 자신하는 무기인 32·64비트 겸용 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연구개발(R&D)은 IT업계, 특히 반도체 업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R&D에 대한 AMD의 철학은 무엇인지요.
▲CEO 취임 초기에 AMD의 열악한 경제구조에도 불구하고 R&D 부문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강화했습니다. 지난 2002년 AMD는 13억달러라는 손실을 내면서도 연구개발에 전체 매출의 30%를 쏟아 부었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칩 아키텍처를 위해 꾸준히 기술자를 고용하고, 기술관련 인재로 가득한 소규모 칩 회사 두 개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R&D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늘려오고 있지요. R&D 철학 역시 AMD의 경영철학인 고객 중심의 혁신(Customer Centric Innovation)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적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조언을 하기 보다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2015년이면 현재 400여개에 이르는 반도체 기업들이 약 100개로 줄어들 정도로 시장의 구도가 빠르게 재편될 것입니다. 결국 대형 반도체 업체에 중요한 것은 향후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전략과 비전입니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단지 중소 업체들을 포함해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의 최신 기술도 언제든지 새로운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새로운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적기 개발 및 적기 생산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etnews.co.kr
*헥터 루이즈는 누구?
헥터 루이스는 지난 2002년 4월 AMD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이어 작년 4월에는 AMD 설립자이자 전 회장인 제리 샌더스에게서 이사회 회장직도 승계했다.
IT산업 분야에서 22년간 경력을 쌓아 온 그는 AMD에 입사하기 전 모토로라에서 반도체 부문 사장을 지냈다.
멕시코의 피드라스 네그라스에서 태어난 그는 텍사스대학에서 전자공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73년에는 라이스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도 땄다.
미국 무역 대표단에 무역 관련 정책을 조언하는 ‘무역정책 및 협상자문위원회(ACTPN)’ 회원이며, 통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와 정책을 건의하는 ‘국가안보통신자문위원회(NSTAC)’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술의 역할과 사회 소수 계층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 루이스는 작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2015년까지 세계 인구의 50%가 인터넷 접속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숫자로 본 AMD사업 전략
<1>
플래시메모리 시장 1위. AMD가 일본 후지쯔와 합작해 설립한 플래시메모리 부문 자회사인 스팬션은 현재 노어(NOR)형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금년 스팬션은 업계 최초의 90나노미터 공정에서 용량 1Gb의 노어형 플래시메모리를 출시하고, 스팬션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노어형과 낸드형의 장점만을 결합한 오어낸드(ORNAND)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들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2>
이중(듀얼) 코어 프로세서. AMD는 작년 6월 업계 최초로 x86 듀얼 코어 프로세서의 설계를 완성해 선보였다. AMD는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용 듀얼 코어 옵테론 칩을 올 중순에, 그리고 데스크톱 및 노트북용 듀얼 코어 프로세서는 하반기에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25>
포천 100대 기업 중 25%가 작년에 AMD의 옵테론 기반 시스템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MD는 올해도 서버용 프로세서인 옵테론의 판매를 2배 가까이 늘려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50>
헥터 루이즈 회장이 작년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50×15’ 비전은 2015년까지 전세계 인구 50%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갈수록 심화되는 지구촌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64>
AMD는 업계 최초로 x86 기반 64비트 프로세서를 출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컴퓨터 업계의 최대 화두도 64비트 컴퓨팅 시대가 본격 열린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95년 MS가 윈도95를 출시하면서 열렸던 32비트 시대가 10년 만에 새로운 64비트 운용체계 시대로 전환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