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영상사업단 출신 문화콘텐츠 분야 발군

올해로 해체 6주년을 맞는 삼성영상사업단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전자·제일기획·스타맥스 등 계열사별로 진행해오던 영화·비디오·음반 사업을 모아 10년전인 지난 95년 삼성영상사업단이라는 조직을 출범시켰다. 이 사업단에는 각사에서 차출된 600여명의 인력이 포진, 삼성그룹의 영상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매년 수백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하자 4년만인 99년 IMF 외환위기속에 해체됐다. 비록 해체라는 비운을 맞았지만 당시 인력들은 그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영화·음악·게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을 이끌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 비서실 소속으로 사업단 구성에 참여했던 서병문 씨는 삼성전자 영상미디어센터장을 거쳐 현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게임과 교육용 타이틀을 담당했던 정문경 씨는 현재 정통부 산하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서태건씨는 최근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산업진흥본부장에 올랐다.

 삼성영상사업단 출신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영화. 당시 영화부문 총괄이사였던 최완 씨는 아이엠픽처스를 만들어 ‘엽기적인 그녀’ ‘범죄의 재구성’ 등에 투자하며 명성을 날렸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한 강제규필름(현재 MK버팔로)의 최진화 이사, ‘살인의 추억’‘싱글즈’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등 손댄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린 싸이더스의 노종윤 이사 등도 삼성 출신.

 여기에 롯데시네마의 최건용 이사, ‘라이어’를 기획·투자한 선우엔터테인먼트 길종철 이사, ‘거울 속으로’를 제작한 키플러스픽처스 김은영 대표 등도 삼성 출신이다. 또 비디오 및 배급부문에서는 사업단에서 홈비디오마케팅팀을 거쳐 워너홈비디오코리아의 대표로 발탁된 이현렬씨, DVD배급업체인 비트윈의 권오현 사장, 20세기폭스코리아의 전경배 영업이사, 스타맥스의 배수석 전무 등이 눈에 띈다.

 이처럼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이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은 당시 축적된 노하우 때문이다. 사업단은 당시 주먹구구로 이루어지던 업계의 관행을 과감히 타파하고 대기업 시스템을 도입함에 따라 오늘날의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구현하는데 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이 갈길을 제시했다는 업계의 평이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삼성영상사업단 해체후 고급인력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자양분이 됐다”며 “투자자 및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산업기반을 갖추는데 일조했다는데 사업단의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정진영기자@전자신문, shkwon·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