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열풍이 거센 지난 연말, 상당수 업체들은 오픈시기를 늦추는 조치를 취했다. 한마디로 “소나기는 피해가자”라는 생각에서 였다.
이런 추세 속에서도 유독 ‘WOW’에 정면으로 도전해 주목을 받은 사람이 바로 조이맥스의 전찬웅 사장이다. 특유의 자신감을 잃지 않은 전 사장은 2년6개월 간 땀을 흘려 개발한 자신의 야심작 ‘실크로드 온라인’의 칼을 빼들었다.
주변에서는 다소 무모한 선택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그의 자신감 만큼 좋은 성적으로 돌아왔다. 현재 ‘실크로드 온라인(kr.silkroad.yahoo.com)’은 오픈 한달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했으며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동시접속자 수도 3만명에 육박했다. 오픈 후 매주 3000명 가량 동접자가 늘어나는 추세.
특히 ‘실크로드 온라인’이 18세 이상의 성인만 즐길 수 있는 게임임을 감안하면 현재 성적은 ‘A’ 등급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추세라면 PC게임 명가에서 온라인 게임 명가로 부활을 모색 중인 전 사장의 포부가 현실로 실현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 PC게임 명가
전 사장이 게임과 인연을 맺은 건 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나다 유학시절 영화에 버금가는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산업을 바라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게임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그는 국내에 돌아와 97년 조이맥스를 설립한다.
“국내에서는 90년대 초반까지 게임이 단순한 아이들의 오락으로 취급됐지만 캐나다에서 접한 게임은 영화에 못지않은 대중산업으로 커나가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편견을 한번에 날려버릴 정도의 충격이였죠.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는 게임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때부터 게임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그간 조이맥스는 다수 히트작을 배출하며 PC 게임 명가로 이름을 날렸다. 98년 첫 타이틀 ‘파이널 오딧세이’를 개발해 국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99년말 출시한 두 번째 타이틀 ‘아트록스’는 국내외 통틀어 20만장 가까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문화관광부 장관상, 프로게이머 지정 공식게임 등을 차지한 데 이어 영국, 독일 등 11개국에 수출하면서 기술력도 인정 받았다. 이후 그는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의 일환으로 TV 방영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탱구와 울라숑1’ ‘탱구와 울라숑2’ ‘요랑아 요랑아’를 비롯해 인기드라마인 ‘야인시대’를 게임으로 출시해 유저층을 아동과 여성으로 까지 확대시켰다.
# 온라인에 도전하다
전 사장이 PC게임 분야에서 막 꽃을 피우려할 때 공교롭게도 국내에서는 패키지 시장이 극도의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조이맥스의 미래도 그만큼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던 전 사장은 2002년 초 온라인 게임 분야로 사업 전환을 선언한다. 이때 기획된 게임이 바로 최근 오픈한 ‘실크로드 온라인’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전환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온라인 게임은 네트워크와 관련된 기술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패키지 개발에 메달려온 조이맥스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실크로드 온라인’이 당초 기획 보다 1년 정도 늦게 출시된 것도 조이맥스가 사업전환 과정에서 치른 수업료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해온 느낌입니다. 온라인 게임 개발은 꿈과 번영의 길이지만 사막의 목마름과 여행자의 모든 것을 노리는 도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많은 역경을 거쳐야 했습니다.”
전 사장은 온라인 게임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끝없는 진화’를 꼽는다. 상용화가 끝이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키워가야 하는 새로운 개발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개발자에게 쉴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오픈 서비스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패키지와는 큰 차이를 갖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온라인 게임 개발자는 유저와의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게임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동양적 팬터지를 그려라
동양, 이슬람, 유럽의 문화를 하나로 아우르는 대작 RPG 게임인 ‘실크로드’는 잘짜여진 기획과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여 개발 초기부터 관심을 모아온 화제작이다.
전 사장은 ‘실크로드 온라인’을 통해 동양적 팬터지를 그리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그는 “그동안 국산 게임의 상당수는 서양 팬터지 스토리를 답습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실크로드’는 중국부터 이슬람, 유럽 문화를 하나로 잇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게임을 통해 새로운 팬터지 세계를 그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구현된 ‘실크로드’는 향후 유럽·이슬람 종족과 맵을 업데이트시켜 완성된 모습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실크로드’는 완성된 전체 도면을 먼저 유저들에게 알려주고 실크로드의 개척사 처럼 하나씩 새로운 문화를 추가해 나갈 계획입니다. 상인과 헌터, 도적으로 구성된 삼각대립 구도에다 동양, 이슬람, 유럽의 문화가 또 다른 대립을 이루는 시점에는 기존 어떤 게임에서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사장은 ‘실크로드’가 세계 각국의 문화를 모두 담고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해외 수출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미 2003년 중국 CIMO 사와 판권 계약을 체결, 올 여름에는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또 가을에는 대만, 겨울에는 일본 출시를 목표로 현재 활발한 협상을 진행하는 등 3년 이내에 총 10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실크로드’가 갖는 문화적 공감대가 아시아를 넘어 이슬람, 유럽까지 방대하다는 측면에서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올 한해 국내 100억, 해외 50억 등 총 1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