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노리 김현중 사장, 설재익 팀장. 최근 온라인 격투게임 ‘이지파이터즈’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그들은 기자의 눈에는 교생 실습나가 만난 학생처럼 보일 뿐이었다.
한 개발사를 이끄는 사장과 팀장이라는 느낌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사장과 설 팀장은 이제 겨우 23살에 불과한 83년생 동갑내기. 하지만 그런 첫인상과는 달리 그들이 말하는 게임 세상은 깊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게임을 좋아해 만나기 시작한 그들은 벌써 10년 가까이 게임개발 경력을 가진 베테랑. 어린 시절부터 게임에 미쳐 사고 아닌 사고를 치며 성장해온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인터뷰에 할애된 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게임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또 달려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고 뭉치 초등 동창생 사건을 모의하다
김 사장과 설 팀장이 처음 만난 것은 이대부속초등학교 2학년 시절. 특히 두사람은 PC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6학년 때부터 끈끈한 게임 우정을 맺기 시작했다. 이들이 즐기던 게임은 ‘단군의 땅’ ‘쥬라기공원’ ‘타임 스트레인저’ 같은 머드게임.
당시만 해도 통신시설이 잘 설비된 대학교에서나 즐길 법한 게임을 초등학생들이 즐겼다는 것부터 이색적이다. 당연히 비싼 통신요금을 감수하며 즐겼기에 부모님들의 탄압도 거셌다. 두 사람 각각 사용한 한달 이용요금만 40∼60만원을 넘어설 정도. 키보드를 압수하는 것으로 시작해 모뎀을 빼앗는가 하면 아예 PC를 통째로 없애버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확실히 문제아였죠. 그렇게 많은 통신요금이 나오니 어떤 부모님이 가만 둘리 있겠습니까. 결국 부모님들이 게임을 못하게 하니 직접 게임을 만들어 즐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부모님의 탄압을 이겨내기 위해 김 사장이 선택한 길은 바로 게임 개발이었다.
# 문제아에서 게임신동으로
설재익 팀장이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 남은 반면 김현중 사장은 어렵고 험난한 개발의 길을 택한 덕택에 문제아 행보는 날로 심각해졌다.
김 사장은 중 1 때 이미 혼자의 힘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머드게임을 개발했다. 이 당시 개발한 작품인 ‘천상의 비밀’. 중 2때는 ‘판타지아’라는 머드게임도 개발했으며 중 3에 올라 가서는 이미르엔터테인먼트의 창업을 주도해 인기 MMORPG로 성공한 ‘메틴’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그의 학업 성적은 정상 궤도를 벗어난지 오래였다.
“중 2학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학교생활은 중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고등학교 진학 후 학교생활이 싫어 가출까지 하게 되고 부모님들이 나서 학교를 설득해 특기생으로 인정받은 후에야 겨우 졸업할 수 있는 형편이였죠”
프로그램 실력 만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학교의 약속을 받자 마자 김 사장은 건대 소프트웨어 공모전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출품해 정보통신부 장관상까지 수상한다.
이후에는 정보올림피아드에 ‘네이튠’이라는 MMORPG를 내놓아 서울시 은상, 전국대회 금상까지 수상한다. 이때부터 문제아로 찍혀있던 김 사장은 집안에서나 학교에서나 게임신동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김 사장은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특기생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 MMORPG는 싫다, 캐주얼이 좋다
쉽지 않은 역경을 뚫고 게임개발 경험을 쌓아온 김 사장은 2002년 마침내 이지노리호를 출항시켰다. 자신 만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 그리고 2003년 초등 동창인 설 팀장이 기획 분야에 합류하면서 이지노리는 개발사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서비스에 들어간 캐주얼 격투게임인 ‘이지파이터즈’는 이 당시 알파 수준으로 개발한 여러 작품 중 하나. 배급사인 써니YNK의 투자를 받아 상용화에 들어간 것. 머드게임 시절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김 사장이기에 MMORPG에 도전해 봄 직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MMORPG는 만들기도 어렵고 만드는 재미도 별로 없다는 느낌입니다. 대다수 게임이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에 반해 캐주얼 장르는 개발자 입장에서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죠.”
현재 그가 만든 ‘이지파이터즈’는 격투 게임 마니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온라인 격투게임과 달리 콤보 기술 등의 커맨드를 훌륭하게 구현해 ‘버추어파이터’ ‘킹오브파이터즈’ ‘철권’ 같은 콘솔을 즐기는 유저층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콤보 기술을 강조하다 보니 초보자들의 접근이 용이치 않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개발 초기에는 격투 게임 마니아들에 중점을 두다 보니 게임이 다소 어려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실시할 패치에서는 격투 게임 초보자들이나 여성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그래픽 퀄리티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게임’을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캐주얼 게임의 묘미가 아닐까요.”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