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노텔네트웍스가 통신장비 및 네트워크 솔루션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국내외 통신장비 분야 강자 간 연합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도 LG와 노텔의 사업영역과 이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할 때 양사 간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협력은 세계 통신장비 및 단말기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동통신 분야에서 2세대(G)가 마무리되고 전세계적으로 3G 시장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당사자들만 놓고 보면 두 회사의 협력은 한마디로 LG전자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장비 및 단말기 기술과 노텔네트웍스의 네트워크 솔루션, 글로벌 영업력의 결합이다. 이를 통해 LG가 해외 통신장비시장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는 노텔의 마케팅 능력을 활용할 경우 신규 시장 확대와 함께 단말기 부문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장 중국 등지에서 노텔의 3G 통신장비망 테스트에 LG전자의 단말기를 활용함으로써 기술 안정성을 인정받고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노텔네트웍스는 WCDMA 단말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LG전자를 파트너로 삼음으로써 그동안 통신장비업계의 경쟁자인 노키아·모토로라에 비해 단말기 부분이 미약하다는 약점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LG 브랜드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SK텔레콤과 KTF가 투자중인 국내 WCDMA 시장만 해도 3조∼4조원에 달할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LG가 보유하고 있는 WCDMA 등 3G 이동통신기술과 세계 IT의 시험대로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이번 협력은 통신장비시스템 부문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LG전자와 한국·아시아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협력으로 국내 통신장비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화도 가속되는 등 긍정적 측면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해는 국내와 중국·미국 등 각국에서 3G WCDMA 서비스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합작회사를 어떤 형식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급팽창할 차세대 통신장비 시장의 초기 판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두 회사의 협력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IT업계 간 짝짓기의 전형적인 모델이라는 점이다. 혼자서 안 되면 합작을 하고, 필요하다면 경영권을 넘겨서라도 시장을 선도해야만 한다는 최근 IT업계 전략을 드러내주고 있다. 적과 아군의 개념은 이미 사라지고, 필요하면 적과도 손을 잡아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생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번 LG전자와 노텔 간 협력이나 지난해 삼성전자와 소니 간 LCD 합작회사 설립은 같은 맥락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합작이라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업의 투자위험을 줄이면서 시너지 효과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차세대 IT 성장산업에선 이런 협력이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성장 분야에선 표준과 시장 선점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한 강자와 강자 간 연합이 성사될 것은 틀림없다. 글로벌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 조건으로 확고한 강점 분야를 보유해야 하므로 기업들은 강점, 특히 첨단 기술력을 갖추는 데 전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