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남단 제주 마라도 인근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김봉도 씨(44)는 최근 이동전화를 CDMA 방식에서 디지털 주파수 공용망(TRS) 방식으로 바꿨다. CDMA 방식으로는 최대 10㎞까지 커버할 수 있으나 디지털TRS 방식은 열 배 먼 100㎞(70마일)까지 수신할 수 있기 때문.
김 씨는 증폭기를 추가한 자신의 단말기를 보여주며 “증폭기를 달아 더 멀리서도 송수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김정헌 씨(43)도 마찬가지. 김 씨는 “특히 무전기(PTT:Push To Talk) 기능이 있어 날씨, 어황 상황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꺼번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 통화요금이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예 CDMA 전화번호를 없애고 디지털TRS 전화기만 남겨뒀다.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동전화는 전자수첩, 카메라, MP3P를 흡수하더니 위성DMB 등장으로 TV까지 융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는 모든 주변 서비스를 통합한다. 시티2와 삐삐가 이미 사라졌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곧 무선데이터 사업도 흡수할 태세다. 또 이동통신사들은 PTT 서비스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통사가 PTT 서비스를 개시하면 관련 사업자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통·물류·해운·항만 등의 특수 영역에서 TRS 서비스는 각광을 받고 있다. 이동통신이 커버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물류영역에서 모토로라 아이덴(iDEN) 방식의 서비스가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운·항만 분야에서도 독특한 서비스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디지털TRS 사업자인 KT파워텔은 오는 2월 중순께 추자도·거문도·흑산도·영광 안마도·연평도·대청도 등에 기지국을 설치, 삼면의 바다 해상 최대 150㎞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전국 해상망 단위의 서비스를 개통할 계획이다. 해상정보콜센터(해상CMC)를 구축해 어업정보, 선박안전, 물류정보, 불법조업 단속, 외인선박 통제, 어업통신보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해상망 분야에서만 올해 1만5000∼2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동통신 하루 가입자 수준과 비슷하지만 TRS 사업자에겐 의미 있는 수치다.
한성윤 KT파워텔 제주지점장은 “이동통신에 해상망은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동통신으로 인해 TRS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면 많은 어민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소수의 이용자지만 그들에게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TRS는 중소 제조기업에도 중요한 사업 기회다. 부산의 해상장비 개발업체 삼영ENC는 그동안 통신장비를 제조해 왔으나 지난해 KT파워텔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 TRS를 이용한 장비·솔루션을 개발중이다. 양사는 통신망과 통신 응용기기 솔루션을 공유하고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삼영ENC는 디지털TRS를 이용한 해상망으로 해상정보, 어업정보 등 데이터를 실시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황재하 삼영ENC 상무는 “TRS를 응용한 서비스를 다양한 계층에 선보일 수 있도록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TRS 해상망 상황에 대해 최문일 KT파워텔 영남지사장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한·일 어업협정에서도 드러났듯, 일본은 첨단 기술과 망으로 해상정보를 장악하고 있는데 한국은 지금까지도 어민의 개인 경험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해상망은 보안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TRS를 통한 어업정보 디지털화에 국가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