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돌풍 잠재우고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상대로 대반격에 나섰다. 대규모 업데이트인 ‘클로니클3:눈뜨는어둠’을 통해 그동안과는 또다른 모습의 ‘리니지2’를 선보인 것. 특히 이번 업데이트 내용은 유저들의 마음을 고려한 흔적이 물씬 풍기며 ‘리니지2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리니지2’의 세번째 업데이트는 그동안 국내 게임계의 관심이 온통 ‘WOW’에 모아져 있는 가운데서도 아무런 내색을 않던 엔씨소프트가 내심으로는 엄청난 준비를 해왔음을 말해준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자존심이라고 자부해 온 ‘리니지2’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지 말라며 포효를 한 셈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WOW’를 보고 “아∼ 이렇게 높은 벽을 어떻게 넘나?”하며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던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이번 ‘리니지2’의 대변신이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는 그동안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보면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WOW’의 등장을 계기로 외산 온라인게임과 국산 온라인게임을 구분짓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는데, 이런 관점에서 ‘리니지’ 시리즈는 국산 온라인게임의 방향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그런 ‘리니지2’가 이제 또다시 국산 온라인게임의 자존심을 건 승부수를 던졌으니 그 결과에 귀추가 모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리니지2’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대체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 이에 대해 이번 업데이트를 주도한 박현규 기획팀장은 “단순 반복적인 사냥보다는 커뮤니티성을 중시했다”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WOW’는 ‘WOW’고 ‘리니지2’는 ‘리니지2’”라며 “‘WOW’가 어떤 반응을 얻든지 중요한 것은 ‘리니지2’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라며 담담한 입장을 보였다. 유저들의 마음은 결국 다른 게임과의 비교 또는 포장의 정도가 아니라 게임 그 자체에 의해 움직인다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 공성전의 개념이 달라진다
‘리니지2’의 변화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바로 새로운 방식의 공성전이다. 그동안의 공성전은 일부 강력한 세력을 지닌 대규모 혈맹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내용인 ‘세븐사인’ 시스템의 등장과 함께 레벨 및 혈맹가입 여부 등의 제한조건이 없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성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매 2주를 주기로 반복되는 세븐사인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은 앞으로 수성측인 ‘여명의 군주단’ 또는 공성측인 ‘황혼의 기사단’ 가운데 한쪽에 가담해 온라인게임의 백미인 공성전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 이는 ‘리니지2’ 월드의 세력 판도를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뒤바꿔 놓으면서 훨씬 많은 재미요소를 선사할 전망이다.
이같은 ‘세븐사인’ 시스템과 더불어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변화가 바로 ‘서브클래스’ 시스템이다. 만렙(75렙)을 달성한 유저는 별도의 퀘스트를 거친 후 2차 전직을 마친 상태의 서브 직업을 선택해 추가로 키울 수 있도록 한 것.
이는 ‘유저들에게 똑같은 캐릭터 육성과정을 반복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이라는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만렙 유저가 부캐릭터를 키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게임의 재미를 위한 특별한 혜택임에 틀림이 없다. 하나의 캐릭터로 2가지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해 플레이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는 다음 업데이트에 등장할 예정인 영웅 시스템의 전초단계라는 점에서 새로운 흥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 쉽고 재미있는 커뮤니티 게임 지향
인터페이스도 훨씬 편리해 졌다. 유저들의 의견을 가장 많이 수렴한 부분이다. 새로운 인터페이스 가운데는 몬스터의 속성을 표시해 주는 것과 파티원들의 정보와 상태를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 부분과 미니맵에 각 마을의 구조와 NPC위치를 알려줌으로써 더이상 헤메지 않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25레벨까지는 쉽게 육성할 수 있도록 초보 마을에서 각종 버프를 제공하고, 상점에서 필요 아이템을 차액만 지급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된다. ‘리니지2’가 어려운 게임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초보유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MSN 메신저와 연동한 것도 획기적인 변화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리니지2’를 하다가 친구에게 날라온 메신저를 받기 위해 게임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게임 내에서 메신저 창을 열어 마치 게임내에서 채팅을 하듯이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이는 커뮤니티의 영역을 대폭 확대해주는 효과를 주게 된다.
이밖에 30여종의 신규 퀘스트가 추가되고, 레이드를 하다가 사망 해도 아이템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주는 ‘행운의부적’ 같은 아이템 추가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줌으로써 게임의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 ‘리니지2’의 저력은 철저한 약속 이행
아마 ‘리니지2’만큼 유저들로부터 많은 불만을 사고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다. 특히 다른 온라인게임에서도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리니지2’와 함께 싸잡아 질타하는 유저들이 많다. 그렇지만 ‘WOW’가 오픈,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서도 ‘리니지2’는 온라인게임 부문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유저들이 ‘리니지2’에 대해 많은 불만을 토로하며 욕을 하면서도 온라인게임 가운데는 ‘리니지2’를 즐기는 유저들이 가장 많다.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그만큼 ‘리니지2’에 대한 유저들의 애정이 깊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리니지2’가 이처럼 강한 지지기반을 확보한 힘의 근원으로 ‘아이템 현거래’를 지목하기도 한다. ‘리니지2’는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현실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이지 직접적인 이유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다면 ‘리니지2’의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힘은 6개월을 주기로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들 수 있다. 어떤 온라인게임이든 시간이 지나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이런 기간이 길수록 유저들의 불만은 높아진다.
이같은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새로에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려면 제때에 새로운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 온라인게임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약속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만이 지난 수년간 이같은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비록 유저들의 욕구를 100% 충족시켜주지는 못하더라도 유저들과 한 약속을 중요시한 것이 가장 큰 인기 비결이라는 얘기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