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怪·物·傳·說! 몬스터의 유래를 찾아서](13)바질리스크

바질리스크는 뱀의 왕이다. 메두사의 몸에서 태어났으며 그녀와 유사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공포의 존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몬스터에 비해 약하다는 인식이 있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비운의 괴물이다. 바질리스크는 뱀의 왕답게 살아있는 생물을 돌로 만들고 물을 말려버리며 모든 땅을 사막으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금세기 최대의 베스트셀러 소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바질리스크(Basilisk)라는 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해리포터가 비밀의 방의 수수께끼를 풀고 여러 단계의 난관을 거쳐 도착한 장소에 나타나는 뱀이 바로 바질리스크. 결국 해리포터는 마법의 검을 이용해 바질리스크를 처단한다.

또 최근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끈 닌자 소재의 만화책도 바질리스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눈으로 상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적이 스스로 자살을 하도록 만드는 인술을 바질리스크에 빗댄 것이다. 게임 ‘파랜드 탁틱스’에서 바질리스크가 등장했는데 일부 타이틀은 바질리스크를 바실리스크로도 표기해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몬스터는 뱀의 왕으로 알려져 있다. 외모는 대형 도마뱀처럼 생겼으며 다리가 8개 붙어 있고 머리에는 왕의 표시인 볏이 달려 있다(혹은 노란색 얼룩). 바질리스크는 살아있는 생물을 눈으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돌로 변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다. 이 독 또한 어찌나 강한지 창으로 바질리스크를 찌르면 창을 통해 인간의 몸에 독이 퍼진다고 한다. 게다가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 뱀의 왕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 어머니는 메두사

바질리스크는 사막에 서식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이 몬스터가 존재하는 장소의 모든 식물과 동물이 죽어 버리고 돌로 변하며 물이 말라 버렸기 때문에 사막화 된 것이다. 아마 평생 오아시스같은 낙원에서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무적처럼 보이는 바질리스크에게도 뜻밖의 약점이 있다. 그것은 족제비와 수탉의 울음소리에 약하다는 것이다. 족제비는 바질리스크가 노려봐도 돌로 변하지 않고 공격을 계속 할 수 있다. 또 족제비의 냄새를 맡으면 죽는다는 설도 있지만 냄새만 맡아도 죽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바질리스크의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에 짜증이 나서 도망간다고 한다.

이렇게 지독한 몬스터지만 뜻밖에도 어머니가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돌로 변하게 하는 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메두사다. 바질리스크는 메두사의 피에서 태어났다. 메두사는 모든 몬스터의 어머니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가 스스로 몬스터를 만들어(출산) 냈기 때문이다. 바질리스크는 아스피드, 안피스베나, 아모디테 등 다른 뱀과 함께 메두사가 세상에 배출한 자식이다. 그래서 메두사와 유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유럽을 장악했을 때 바질리스크는 새로운 해석으로 접근됐다. 중세 사람들은 바실리스크에게 거울을 비추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을 죽일 수 있다고 믿었다. 당시 학자들은 유일신과 대치되는 신화, 전설 등을 배척했으나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존재를 인정하고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불합리한 설이 난무했다.

그 중의 하나가, 바질리스크는 수탉이 낳은 유전자 변형 알을 뱀이나 두꺼비가 품어서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어이가 없지만 바질리스크라는 몬스터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실제 존재하거나 했던 것으로 인식하고 탄생의 과학적 논리를 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것도 기독교 시대에.

그러나 그들의 노력이 가상함에도 불구하고 바질리스크는 이 지구상에 없는 신화속의 몬스터일 뿐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