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공공사업 제한` 조율 필요

정부 각 부처가 최근 중소업체들의 공공 부문 사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부처마다 제시하는 기준이 서로 달라 기업과 발주기관의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재정경제부·정보통신부·중소기업청이 제시한 공공부문 소프트웨어(SW) 구매 및 정보화 사업 발주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 기준이다. 정통부는 지난해 3월 SW산업진흥법에 근거를 둔 임의규정으로 5억원 이하의 프로젝트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중기청은 최근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공공기관 SW프로젝트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하한금액을 10억원으로 책정했고, 재경부는 중소기업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에 대기업 참여 하한 금액을 2억1000만원으로 규정해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약 이대로 시행될 경우 발주기관이 어느 기준에 맞춰 입찰을 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중기청이 시행하는 구매촉진법은 정통부와 달리 강제규정이어서 10억원 미만의 공공분야 프로젝트에는 대기업들이 참여할 수 없게 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시행되는 제도라도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 단초가 된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각 부처가 대기업 참여 제한 금액을 다르게 정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재경부로서는 WTO 정부조달협정 문제가 있을 것이고, 중기청으로서는 중소기업법상 이런 제한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통일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련부처 간 협의가 절대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준은 부처 간 협의를 간과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부처별로 적용 기준이 다를 경우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발주기관들이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개의 다른 프로젝트를 통합해 발주하는 양상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발주되는 공공부문 사업이 종전과 달리 하드웨어(HW)와 SW 개발을 통합해 발주함에 따라 사업금액이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되면 중소·중견기업의 사업 참여 위축이 더욱 극심해져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반대로 소규모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 간 과당경쟁을 부추겨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는 이런 점을 감안, 부처 간 조율을 통해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면서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발주기관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고 또 그간 SW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대기업 편중현상, 과열경쟁, 덤핑수주 등이 사라지고 공정경쟁 기반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소 전문 SW업체들에는 안정적으로 일감이 분배돼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고, 대기업들에는 국제무대에 신경을 쏟는 요소로 작용해 국내 SW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와 함께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SW사업에 대한 발주자의 관리능력 제고, 품질의 중요성 인식 확산 등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 발주·관리체계 개선사업이 필요하다. 규모의 전문화나 중소기업 육성도 좋지만 공공분야 정보화 사업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까지 있으므로 고품질의 정보시스템을 정해진 기간 내에 확보하기 위한 최적화된 발주·관리체계 및 발주 프로세스 확립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