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Ⅲ-블루오션]디지털산업-신시장공간 창출하라

 정보가전업계는 올 한해 ‘새로운 시장공간 창출’이란 주제에 매달렸다.

 업계가 블루오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경쟁상황이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오션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둘러보면 세계 1등을 자랑하는 디지털TV·양문형 냉장고·셋톱박스·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디지털캠코더 등 소형가전제품 역시 부침현상이 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 최고 수준 정보가전 기업을 가진 대한민국이지만, 새로운 시장공간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새롭게 등장하는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DMB, 유비쿼터스 관련 부문을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문은 블루오션 영역이라기보다는 다양한 기술과 사업모델을 가진 광범위한 사업 집단일 뿐 다른 기업과 특화된 그 무엇도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타가 공인하는 가능성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미 레드오션 영역에 속한다. 특정 기술을 독점하고 있으면, 독보적인 블루오션 영역을 구축하겠지만 정보가전 영역에서 그만한 기술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정보가전업계, 블루오션은 시장에서=정보가전업계 블루오션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공간의 문제다. 한때 MP3플레이어, 셋톱박스 등이 블루오션으로 지칭됐으나, 해당 기술이 범용화되면서 가장 치열한 경쟁영역으로 탈바꿈했다. 아직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든 슬림 브라운관 디지털TV는 다른 외국 가전업체가 만들지 못하는 제품이지만, 디스플레이 제조업체가 외국 기업에도 슬림 브라운관 모듈을 공급할 경우 조만간 경쟁 구도에 직면하게 된다. 글로벌 경영환경으로 변해버린 정보가전업계에서 특정기술을 이용한 블루오션 영역을 장기간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보가전업계 블루오션 전략은 기술 영역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찾는 것이 쉽다. 가전업계 블루오션의 대표적인 것이 현지화 전략이다. 업체들은 글로벌 생산·판매 체제 구축, 가장 빠른 시간에 해당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웬만한 지역에서는 길어야 4일 이내에 생산·배송이 이뤄진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디자인, 기능을 담은 제품을 주문과 동시에 생산에 들어가 배송을 완료하는 현지 생산·판매 네트워크야말로 대표적인 블루오션이다. 여기에 현지 딜러들과 구축된 탄탄한 마케팅 네트워크는 블루오션을 유지시키는 기반이다. 해당국 정부와 국민에게 자사 기업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스킨십도 진행된다. 목적은 해당 지역에서의 독점적 지위 보장이다.

 ◇블루오션은 ‘표준화’ 및 ‘블록화’=완제품 중심의 정보가전 부문에서 블루오션은 크게 표준화와 블록화라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표준화는 자사 기술을 글로벌 기준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기술 로열티를 보장받는 것이다. 차세대 DTV 기술표준에서 LG전자가 미국식 전송방식 기술을 개발, 이를 미국식 표준으로 정착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기술표준은 정보가전 전문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차세대 DTV 규격이나, 홈네트워크 유무선 표준, 텔레매틱스 및 DMB 표준작업 등 다양한 국제 표준기구를 통해 자사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있다. 이 같은 표준 작업이 완성되면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팔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게 되며, 자사 표준이 채택될 경우 상당한 기술 수입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표준화는 대표적인 블루오션 구축 수단으로 꼽힌다.

 이와 병행해 이뤄지는 것이 ‘시장 블록화’다. 정부차원에서 이뤄지는 FTA나 제조업체와 사업자들이 맺는 각종 전략적 제휴, 특정 제품군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만들어진 업체 간 동맹관계도 시장 블록화의 주요 수단이다.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추진되면서 기기 간 정합을 위한 업체 간 공동연구개발의 경우, 향후 정보가전 시장의 독점적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블록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애플의 독주를 막기 위해 형성된 MS와 주요 가전업체 중심의 반애플전선, 삼성전자·LG전자가 추진중인 해외 케이블업체와의 DTV 관련 제휴도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 중 하나다. 블록화는 경우에 따라서 기업 대 기업의 합작법인 설립과 합병도 관련 법제 정비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기술 표준화와 시장 블록화는 새로운 시장공간을 창출하려는 기업들에 매우 요긴한 수단이다.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합전선도 가능하다.

 홈네트워크·텔레매틱스·유비쿼터스 시장은 바로 기술표준과 시장 블록화를 통해서 다가올 것이다.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연구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표준화과 시장블록화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글로벌 시대를 살아나가는 우리 기업에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