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없어 못파는 그 제품, 애플 아이팟 나노와 첫미팅

애플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늘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어낸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디자인과 기능을 제시할 줄 아는 회사는 아마 애플밖에 없을 듯싶다.

애플의 추종자들은 그들의 교주 스티브 잡스가 늘 사람들을 흥분 속으로 몰아넣는 새로운 상품을 소개할 때마다 기꺼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의 제품은 하나같이 진열대에 누운 클론과는 확실히 다르다. 싱싱한 재료를 고집하는 이 회사는 환호성을 받을 자격이 있다.

■ 6.9mm에 불과한 `나노급` 몸매

제품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보다 제품을 이루는 소재에 대한 공부라고 말한 유명한 디자이너의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제품 디자인은 그래픽처럼 눈으로만 즐거운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체험하는 데에서 더 큰 기쁨을 끌어낸다.

애플의 아이팟 역시 그런 모델 가운데 하나다.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초기 모델부터 이 제품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이 지닌 아름다움을 너무나 잘 표현해냈다.

이는 재료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애플의 감각이 이룬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스티브 잡스는 그냥 제품을 팔고 이윤을 얻는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뛰어난 전략가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물론 잡스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얘긴 아니지만).

아이팟 나노는 기존 아이팟 미니를 대체하는 상품이다. 아이팟 미니가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놀라울 만큼 작은 크기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액정이 없던 셔플은 잠시 논외로 하자).

그런데 여기 컬러 액정까지 자랑스레 명찰처럼 얹은 아이팟 나노가 눈앞에 있다. 이 제품의 두께는 불과 6.9mm로 명함보다 작고 더 얇다고 소문난 모토로라의 레이저보다 얇다.

탄성을 질러도 좋다. 한마디로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정말 얇은 MP3 플레이어니까.

첫 느낌은 하드디스크 타입의 아이팟을 압축해놓은 듯하다. 디자인은 초기 모델과 매우 흡사한 것. 본체 앞면은 각진 플라스틱 표면 아래에 흰색 컬러를 덧씌웠고 뒷면은 알루미늄의 광택 넘치는 표면 위에 애플 로고와 각종 문구를 박아놨다.

물론 이번 모델 역시 기존 아이팟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받들어 모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기스에 민감한 표면을 갖고 있지만.

재질은 뭐 중요하지 않다. 은색으로 새겨놓은 나노의 로고 패키지를 개봉하는 순간 그 짜릿함은 다른 제품과는 격이 다르니 말이다.

■ 드래그&드롭으로 복사하려면 별도 소프트웨어 필요해

전원을 켜면 디자인에 대한 탄성은 놀라움으로 바뀐다. 애플의 전매특허 격인 클릭 휠 시스템은 아이팟 나노에도 그대로 쓰인다. 아이팟 포토 기능도 마찬가지인데, 2∼4GB급 플래시 메모리 안에 수백 장에 이르는 사진과 음악을 담아 섞어가며 감상할 수 있다.

1.5인치 컬러 액정을 통해 JPEG와 BMP, GIF, TIFF, PNG, 심지어 포토샵 전용 포맷인 PSD까지 재생할 수 있다. 액정 해상도나 선명도는 상당히 뛰어나며 재생 리스트를 작은 섬네일 12개로 한번에 검색하거나 전체화면 보기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클릭 휠로 단번에 수백 혹은 수천 개의 이미지 파일을 빠르게 훑어볼 수 있다.

더구나 슬라이드쇼 모드에서 지원하는 트랜지션 효과를 사용하면 독특하게 바뀌는 화면 효과를 통해 사진을 색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음악 기능만 지원하던 아이팟 미니에선 필요 없던 화면 잠금 기능을 제공, 비밀번호를 모르면 화면을 볼 수 없게 설정할 수도 있다. 여기에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휠 인터페이를 마치 금고를 돌리듯 번호를 맞추게 하는 신선함을 담았으니.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사진을 보면서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 뿐이랴. 음악을 감상하면서 아이튠즈를 통해 저장한 앨범 표지나 노래 가사를 텍스트로 읽을 수도 있다.

아이팟 나노는 여느 MP3 플레이어처럼 음악이나 이미지 데이터를 그냥 탐색기에서 드래그하면 인식하지 않는다. 아이튠즈를 써야 앨범을 관리하고나 사진 데이터를 아이팟 나노에서 써먹을 수 있다.

국내에선 별다른 힘이 없지만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는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음악의 지적재산권을 지키면서 음원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장치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방어장치 탓에 아이튠즈 없이 음악을 자유롭게 드래그 카피할 수 없으니 이런 일을 원한다면 엑스플레이라는 별도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한다.

엑스플레이를 이용하면 다른 MP3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무단(!) 복사할 수 있다.

다시 제품으로 돌아가 앨범 표지나 가사의 경우 아이튠즈에서 원하는 노래 위에 마우스 버튼을 놓고 오른쪽 버튼을 눌러 따로 설정해줘야 하는 게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자주 듣는 노래를 한 번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거쳐놓으면 나중엔 편하다.

아이팟 나노의 이어폰 단자 위치는 의도적인 디자인인 듯 보인다. 이 제품은 이어폰 단자를 보통 본체 위에 배치하는 것과 달리 몸에서 더 가까운 본체 하단에 달았다.

이어폰 단자 배치를 바꿔 자연스럽게 이어폰 줄이 화면을 가리지 않는 `어고노믹스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작지만 디자이너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이팟 나노는 2GB와 4GB의 플래시 메모리를 지원하는데, 이제껏 선보인 1GB짜리 플래시 타입 제품보다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애플의 브랜드 파워와 삼성전자의 메모리 공급 단가의 합작 덕분이겠지만 이는 신뢰감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에 쥐게 된 격이 됐다.

나노라는 이름으로 아이팟 `미니`의 뺨을 친 이 깜찍한 제품이 다른 MP3 플레이어 제조사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Bu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