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의혹 사건’ 1심 공판에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에 대한 조사까지 불가피해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이혜광 부장판사)는 에버랜드 CB를 이재용씨 남매에게 저가에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허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 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4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주주배정을 가장했을 뿐 이씨 등에 대한 증여 목적으로 CB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이를 통해 CB 인수대금과 납입대금의 차이만큼을 이씨 남매에게 이득으로 주고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비상장 주식 가치를 산정할 만한 법적 기준이 없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한다”며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는 않았고 CB 발행 당시 비상장 주식에 관한 법령이나 판례가 없으며 주주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감안한다”고 설명했다.
허 전 사장 등은 지난 96년 11월 최소 주당 8만5000원인 에버랜드 CB 125만4700여주를 기존 주주들이 실권하자 이사회를 거쳐 주당 7700원의 헐값에 이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해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1심 공판에서 허 전 사장 등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당초 참여연대가 고발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33명으로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 아들인 이 상무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등 2세들이 가진 지분에 대한 증여 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여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