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장치 시장의 ‘터줏대감’인 하드디스크(HDD) 진영도 주도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HDD 업체들의 반격은 수직 자기 기록 방식을 통한 용량 확대, 시리얼ATAII(SATAII·SAS) 등 차세대 인터페이스 구축을 통한 속도 향상, 소비자 가전(CE)을 통한 판로 확대 등 크게 세 분야에 걸쳐 진행 중이다.
HDD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데이터 저장용량’이다.
히타치GST는 오는 2007년까지 테라바이트(TB)급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출시한다. 1TB는 블루레이 등 차세대 DVD의 2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화질 이미지를 128시간, 아날로그 VHS영상을 1380시간 녹화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는 ‘수직 자기 기록 기술(PMR)’ 때문에 가능하다. 수직 자기 기록 방식의 HDD는 지난 6월 시게이트에 이어 히타치GST·삼성전자 등이 제품 개발에 나서 조만간 저장기술을 주도할 전망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플래터 당 데이터 집적도를 지금의 166기가(GB)에서 300GB까지 높일 수 있다. 이를 3개만 사용해도 HDD 용량은 1TB를 훌쩍 넘는다.
새 전송 인터페이스도 HDD의 미래를 밝게하고 있다.
그동안 HDD는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를 타개할 ‘구원투수’로 떠오른 게 바로 ‘SATA 인터페이스’. ATA 인터페이스의 최종 버전인 ‘ATA-7’은 최대 전송속도가 초당 133메가바이트(133MB/S)에 불과하지만 SATA 방식은 150MB/S 이상의 속도를 지원한다.
SATA 방식은 HDD 시장에서 30% 이상을 점유하면서 기존 패러럴ATA(PATA·IDE) 방식을 급속하게 대체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DC는 오는 4분기에 국내 데스크톱PC 시장에서 SATA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기판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인텔도 차세대 칩세트는 더 이상 PATA를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SATA 방식은 더욱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SATA 기술을 더욱 개선한 SATAII 인터페이스 기술은 데이터를 초당 300MB까지 읽고 쓸 수 있다.
맥스터코리아 측은 “SATAII 방식은 기존 기업용 표준인 SCSI 방식과 견줘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를 기반한 제품이 나오는 2006년 이후에는 플래시 메모리와 정면 승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용량화와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디지털TV 등 가전시장에서 HDD 진영은 가격 대비 용량을 앞세워 플래시 제품군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기존 플래시의 주요 무대였던 컴팩트플래시(CF)II 타입 메모리카드에도 1인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DVD플레이어·PVR·DVR에도 데스크톱PC용 3.5인치 HDD가 탑재되는 추세다.
가전 부문에서는 2.5인치 미만 ‘마이크로 HDD’가 스타로 등장했다. MP3P·PMP·휴대폰 등에 사용하는 1.8인치, 1인치 마이크로 제품은 죽어가던 애플을 회생시킨 장본인으로 꼽힐 정도로 멀티미디어 기기의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았다.
신동민 히타치GST코리아 사장은 “하드디스크가 플래시보다 전략 소모량이 많지만 가격 대비 용량이 30% 가량 우수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