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온라인화로 최근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야구’. 무관절의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캐릭터들의 귀여운 동작은 이 게임을 접근하기 쉬운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허나 야구는 만만한 스포츠가 아니다.
‘신야구’도 야구의 이러한 점을 이어받아 단순히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도의 심리전과 연습이 뒷받침돼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신야구’ 공식 대회에서 일등을 차지하며 자신의 아이디를 널리 알린 최고수 ‘덤비지마라’를 만나 그만의 필승전략을 배워봤다.
이남주(22). 얼마전 한빛소프트에서 개최한 ‘신야구’ 게임대회에서 일등을 차지한 최고수다. 그는 ‘덤비지마라’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신야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174승에 7패, 방어률 0.50라는 경기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한 수 배우고 싶다는 요청에 그는 근엄하게 웃으면서 “저도 요즘엔 잘 못해서요. 그냥 열심히 하면 이기더라고요.”라며 겸손해 했다.
일단 ‘덤비지마라’의 실력을 보기 위해(꼭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다른 유저와 한 게임 해주길 요청했다. 흔쾌히 응하는 고수. 과연 그의 이름처럼 다른 사람들이 덤비면 안 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는 게임을 실행하고 망설임없이 트리플 A 서버에 접속했다.
“메이저 리그 서버에는 접속을 해도 사람이 얼마 없어요. 이상하게 메이저 리그는 다들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트리플 A 서버에 가야합니다.”
트리플 A에 들어서자 수 많은 유저가 서로 게임을 하자며 방을 개설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유사한 실력을 가진 유저를 찾기 위해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대부분 설정을 ‘오토’로 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방이 비어 있어도 ‘덤비지마라’는 참여하지 않았다. 설정을 오토로 하면 공격시 타자의 방망이가 자동으로 투수의 공을 조준한다. 따라서 공격하는 유저는 타이밍만 잘 맞추면 안타와 홈런이 홍수처럼 터질 수 있다.그는 오토로 설정하는 것은 재미가 없고 실력이 늘지 않으며 진정으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오토’ 시스템은, 던지는 것에 비해 타격이 다소 어려웠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사가 도입한 시스템이지만 실제 야구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원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한참을 기다려도 함께 하려는 유저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다 개설된 방에 들어가면 ‘덤비지마라’의 승률과 이름을 보고 곧바로 나가 버리기가 일쑤였다. 다른 유저들도 트리플 A에 소속된 실력있는 강자였지만 승률이 0.50이라는 숫자를 보면 기가 질려 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한명의 용감한 유저가 나타났다. 채팅이고 뭐고 곧바로 게임 스타트! 이제야 한판 할수 있게 됐다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올 정도였다.
결론만 말하자면 ‘덤비지마라’가 오대영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매번 안타를 치고 나갔고 홈런도 두방이나 날렸다. 트리플 A 유저를 상대로 일방적인 게임을 펼쳐 이긴 것이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는 듯이 고수의 얼굴에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정말 대단하시네요. 무슨 비결이 있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던지는 순간 들리는 소리(사운드)를 듣고 타격을 해요. 워낙에 잘하는 유저들이 많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리로 해야 하거든요. 물론 타격 포인트는 미리 예상을 해야죠.”
“도루는 왜 안하세요?”
“하하하. 여기 레벨에서 도루하면 바로 죽어요. 차근차근히 알려 드릴께요.”
너무 성급했던가. 그래서 일단 기자의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고수의 사사를 받기로 했다.
한 경기를 끝내고 고수의 표정을 살펴보니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원래 스포츠 게임에 자신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이겼다. 대부분의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끝냈고 안타도 여러 개 쳤지만 헛스윙을 많이 한 것이 마음에 좀 걸렸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놀랐다는 표현이었다.
“잘 하시네요. 원래 게임을 좀 하시나봐요? 이 정도 실력이면 트리플까지는 아니라도 더블 A는 됩니다.”
- 당연하지 이 사람아.
“그런데 방망이로 공을 칠 때 타이밍을 잘 못 맞추겠어요. 어떤 비결이 있나요?”
“타이밍이 문제가 아니고 타격 포인트가 흔들려요.”
‘덤비지마라’는 타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키보드의 화살표 키를 이용해 타격 포인트를 움직이는데 공을 끝까지 따라가는 것도 모자라 마지막 타격 순간에도 포인트가 움직인다는 것. 다시 말해 정확히 맞았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또 움직이기 때문에 빗맞는 타구가 많고 홈런으로 될 것이 안타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타격 타이밍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투구는? 투구에 대해서는 훌륭하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직구와 변화구의 배합,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심리전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 더 정교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야만 최고수 실력자들에게 통한다고 했다.“투구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구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신야구’는 투수를 선택할 수 있죠? 투수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변화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해요. 그리고 투수를 키우기 위한 첫 번째 순위는 바로 직구 스피드입니다.”
그는 직구 스피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수들은 직구 레벨을 8까지 올리는데 이 정도면 눈으로 보고 절대 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워낙 공이 빨라 시각적으로 판단해 방망이를 휘둘러 안타를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직구가 뒷받침된 상태에서 변화구가 섞어 들어가면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수와의 첫 번째 만남은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많은 배움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디 오늘만 날인가. 그가 알려준 타격 타이밍과 투구에 대한 내용은 야구의 핵심이자 ‘신야구’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덤비지마라’는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실험으로 자신만의 야구를 만드는 것이 좋다”며 다음 주를 기약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