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사진 찍는 문종범 WRG 경영지원실장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부분 휴대형게임기 하나쯤은 옆에 끼고 다니고 온종일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게임만하는 디지털 키즈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온라인 캐주얼게임 ‘크리스탈 보더’를 오는 12월 선보이는 WRG의 문종범 실장(33)은 이 같은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려주는 사람이다. 그의 취미는 대자연과 대도시 등을 아날로그 흑백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주중엔 디지털, 주말엔 아날로그 세상에 파묻혀 사는 문 실장의 색다른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변에는 온통 디지털입니다. 회사의 업무도 디지털이죠. 쉴때만이라도 아날로그를 접할 수 있어서 있어서 행복합니다.”

WRG의 문종범 실장은 게임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사진 마니아자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캐논사랑동호회가 주최한 콘테스트를 비롯해 몇몇 콘테스트에서 수상했고 다른 아마추어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 흑백사진은 시골 고향과도 같아

그는 왜 사진이라는 취미를 갖게 됐을까. 문 실장은 톱니와 스프링 등으로만 만들어진 완전 기계식 카메라와 흑백필름만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현상에서부터 인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도 직접 하는데 이 같은 아날로그 작업이 마음에 든단다. 그가 흑백사진만 고집하는 것은 사진의 고향은 흑백인데 도시사람이 고향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풍경 사진으로는 역사를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아요. 게임처럼 엔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한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고요.”

문 실장은 주로 대자연이나 대도시를 배경으로 풍경·다큐사진을 찍는다. 그는 요즘은 새만금에 많이 가는데 공사로 세계적인 자원이 사라져가는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이곳에서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 초기에는 이곳이 환경론자들의 시위로 들끓었는데 어느 순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한몫 챙기고 떠난 ‘환경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문 실장은 내년에 동호회 사람들과 ‘한강’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질 생각이다. 서울의 젖줄인 한강을 다시 보자는 의도에서다. 그는 세계에서도 한강처럼 폭이 넓은 강이 도심을 관통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강예찬론을 편다.

# 전시회·사진집으로 견문 넓혀

문 실장이 사실 처음에 사진을 접하게 된 것은 단지 ‘여자친구를 예쁘게 찍어보자’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곧 재미있는 피사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내 사진에 푹 빠지게 됐다. 가방 대신 카메라만 매고 학교를 가는 일이 잦아졌고 날씨가 좋으면 학교 대신 좋은 풍경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기도 했다.

“와이프한테 아기사진 찍어준다고 설득해서 비싼 카메라를 사 모았어요.”

직장을 갖고 경제적 여력이 생기면서 좋은 장비에 대한 욕심도 생겨났다. 그가 가장 아끼는 카메라는 400만원이 넘는다는 핫셀블러드. 갖고 있는 사진 장비를 모두 돈으로 따진다면 1000만원어치 정도가 된단다.

“갖고 있는 사진집이 한 40권쯤 될까요. 한달에 2번 정도 사진 촬영을 나가고 일년에 15번정도 전시회를 찾아요. 그래서 와이프한테 구박도 많이받죠.”

문 실장은 사진공부를 위해 주로 책을 보는데 이론 보다는 사진집을 본다고 한다.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틈나는데로 전시회도 찾는데 이는 컴퓨터 화면이나 책으로 보는 사진과 제대로된 조명아래서 보는 사진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란다.

# 액자 만들어 나눠주면 모두가 기뻐해

“요즘 사람들이 너무 각박하게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 실장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회사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받는 이들이 너무 좋아한단다. 그는 임산부에게는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줄만한 사진, 건강이 안 좋은 이들에게는 식탁 앞에 걸어 놓으면 입맛이 날만한 사진 등 받는 이들을 고려해 액자를 만들어 준다.

문 실장은 또 여러권의 사진집을 가져다 회사 회의실에 꽂아 놓았다. 동료들이 오며 가며 잠시나마 들춰보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으라는 뜻에서다.

열심히 사진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던 문 실장은 인터뷰 말미에 사진은 단지 취미일 뿐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다른 동료와 회사 이야기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다시 디지털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황도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