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인기상품]"역시, 올해도 디지털컨버전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전자신문 선정 2005 인기상품 2005 하반기 인기상품은 지난 1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출시된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의 품질과 기술, 디자인, 마케팅, 제품의 혁신 요소 등을 감안해 선정했다. 최근 컨버전스 경향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에 대해 별도의 가산점을 두고 평가했다. 본지는 객관적인 자료 채집을 위해 본지 전문기자 추천과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난 11월 10일부터 30일까지 신청서를 받았다. 접수된 신청서는 부문별로 구분, 국내 전자전문점과 인터넷 쇼핑몰·가격비교사이트·시장조사기관 자료를 토대로 본지 자문위원단과 전문기자들이 직접 평가했다.

 컨버전스의 힘은 무서웠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불기 시작한 디지털 융·복합화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른다. 2005년에 들어서면서 그 경향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컨버전스는 이제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문화며,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사회체계다.

 2005년 하반기에도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 결합은 이어졌다. MP3플레이어는 이제 특정 부문의 기술이 아니라 범용화된 기술로 치부되는 경향이 농후하다.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영역조차 자칫 위태로워 보인다. 지상파DMB가 등장하면서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노트북PC, 게임기의 영역도 카오스의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그나마 자기 고유 영역을 지키고 있는 부문은 ‘주파수’로 무장한 휴대폰이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휴대폰 판매를 유지시키는 이동통신사업에서도 통화료 인하가 계속되고 있고, 새로운 경쟁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힘이다=2005년 인기상품을 통해서 본 가전·통신·방송·컴퓨터 시장의 키워드는 ‘휴머니티의 부활’이다. 디지털컨버전스에서 나타난 휴머니티 경향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닌다.

 첫째, 디지털 문명에 대한 반작용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문명에 대해 ‘웰빙’이라는 수단으로 대항하려는 풍토가 그것이다. 디지털이 반드시 인간을 이롭게 만들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이런 움직임은 아예 디지털 기기를 거부하려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웰빙 식품, 전원주택, 대안학교, 주말농장 등을 찾는 소비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둘째, 디지털 문명을 통해 휴머니티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결국 인간을 이롭게 할 것이며, 현재의 기술 문명 발달은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미래학자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 바탕에는 르네상스 시대에 다양한 생산기술 발전이 21세기를 이끌어낸 것처럼 인간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는 낙관적 의견이 존재한다. 마치 21세기형 ‘디지털 진보론·진화론자’처럼 웰빙가전, 편리한 가전을 쏟아낸다.

 14세기께 일어난 르네상스 배경에는 봉건제도 쇠퇴와 도시 발달이 있다. 화약, 망원경, 나침반,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봉건주의를 지탱하던 기사계급이 급격히 몰락한다.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그에 따른 봉건제도 붕괴, 반작용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함께 일어나던 때다. 르네상스 속에는 기술 발전과 휴머니티가 녹아 있다. 21세기 디지털 컨버전스,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컨버전스, 이종격투기 시대=컨버전스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진다. 하나는 즐겁고 유쾌하고 다른 하나는 무섭다. 다양한 기술과 문화가 결합하면서 사람에게 더할 수 없는 재미를 준다. 컴퓨터에 앉아서 하던 게임은 모바일과 결합되면서 이동중에 할 수 있고, 네트워크와 합쳐지면서 다른 사용자와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무섭다. 경쟁에서 이길 때는 즐겁지만, 지면 마음이 아프다. 그게 재산이나 생명과 관계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복싱경기에 만족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복싱에다가 레슬싱, 태권도, 가라데, 브라질 유술을 섞었다. 단순하게 섞은 것이 아니라 아예 규칙과 제도도 만들었다. 이종격투기다. 합치고 섞다 보니 더욱 강해지고, 실제 생활에서의 싸움과 유사해졌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고, 무섭다. 우리나라 비빔밥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섞고, 거기에 참기름과 고추장으로 ‘컨버전스’시키니 맛이 난다. 그러나 과식이 걱정이다.

 휴대폰·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디지털캠코더·TV·내비게이션·게임기·노트북PC·전자사전은 하나다. 소비자로서는 이런 컨버전스 제품을 갖는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 가격이 비싸다면 그것은 고통이다.

 제조업체에 컨버전스는 일단 고통으로 다가온다. 하도 복잡하고 다양하다 보니 유사한 업종과 제휴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결합하고 섞이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표준화이고 다른 기업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블록화다. 특허로 무장하되, 그 특허를 다른 사람들이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휴와 합병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파악되면 단지 몇 개의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면 제품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소비자의 감성과 문화적 패턴을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남아 있다. 바야흐로 이종격투기 시대다. 이종격투기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 인기상품 선정 기업에 고개를 숙인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