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인터뷰]일시 귀국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전격 인터뷰]일시 귀국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지난 3월 18일. 안철수연구소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날 안철수 사장(43)은 10년을 맡아온 대표이사 사임을 발표하고 홀연히 2년여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약 9개월 만에 안연구소의 이사회를 위해 지난 14일 내한한 안 의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여의도 안철수연구소의 그의 방은 안 의장이 매일 업무를 봤던 것처럼 책상 위 쌓여 있던 책만 가지런히 정리됐을뿐 9개월 전과 그리 바뀐 것이 없었다.

 안 의장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수줍은 웃음에 차분한 말투. 달라진 것은 9개월 동안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내며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한 때문인지 전보다 밝아진 모습에 생기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꽉 짜인 일정 속에 짧은 틈을 내 점심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안 의장은 모처럼 기자를 만나니 신이 난다며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9개월 만에 언론과 가진 첫 대면 인터뷰였다.

 ◇9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놓인 것 같았다=“마치 혼수 상태에 놓인 듯합니다. 지난 10년간 사업하는 데 집중하다가 그곳에서 멀어지니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듯 혼란스러웠습니다.”

 안 의장은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을 때부터 아직까지도 변화된 삶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산업계에서 한발짝 물러나니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그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는데도 흥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 개론 과목을 듣고 있는데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그리도 좋아하던 공부였는데 실용주의 학문에 익숙해진 탓에 이론만으로는 더는 만족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실제와 이론의 괴리 사이에 놓였던 안 의장은 본인 자신도 공부에 재미없어 하는 것이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아마 조금 더 공부하면 대학 시절처럼 이론의 오묘함에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적응하는 것이겠죠.”

 ◇세계 SW 3대 화두를 주목하라=안 의장은 과거 빌 게이츠도 한국에서 SW 벤처를 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다. 여전히 이런 말을 한 것에 후회가 없다는 그는 대표이사를 그만둔 후에도 SW산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아웃소싱과 오픈소스, SW의 서비스화.’ 그가 주목한 세계 SW의 3대 화두다.

 안 의장은 국내 SW기업들이 3대 화두에 맞춰 세계적인 흐름에 대비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그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SW의 서비스화. 구글과 MS가 SW의 서비스를 두고 한판 전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SW의 서비스화를 앞서가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웹 2.0과 에이작스(AJAX) 기술에 주목해야 합니다.”

 안 의장은 구글맵(Google Maps)이 바로 웹2.0과 에이작스 기술을 대중화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에이작스란 인터랙티브한 브라우저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즉, 브라우저 안에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담아 사용자가 마치 브라우저를 쓰듯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불러오지 않고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안 의장은 아웃소싱 시대도 강조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신작인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란 책을 보면 미국인의 소득세 신고업무를 인도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활동 영역이 국경이나 시간의 장벽을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 남에게 일을 맡기는 아웃소싱이 지구촌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SW기업들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가 결정권 갖는 사회 돼야=“95%의 벤처기업은 망할 것입니다.” 1999년 한창 벤처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을 당시 벤처 거품론을 주장했던 안 의장. 안 의장은 5년이 흐르고 난 후 본인이 한 말이 모든 사람의 상식이 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누군가의 말이나 글을 통해 확인돼야 사람들은 인정합니다.”

 안 의장은 제2의 벤처 붐이 불고 있어도 이 중 성공할 수 있는 벤처는 여전히 5% 미만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가 이런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가 결정권을 갖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선두 벤처캐피털인 드래퍼피셔주베슨(DFJ)은 투자를 결정할 때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회사를 평가하고 얼마를 투자할지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수익률도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문 심사역이 심사를 해도 결정권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구조입니다.”

 안 의장은 삼성전자가 오늘의 자리에 있는 것은 이공계 CEO 등 전문성이 높은 사람이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 의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평평해지는 지구 안에 담을 쌓고 지내고 있다”며 “무조건 선진국을 따라가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 속에 조화될 수 있는 트인 시각을 키워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etnews.co.kr

 

 ◆ 안 의장 향후 계획은

 안철수 의장은 이르면 내년 말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 의장은 내년 2월 캘리포니아 인근 대학에 고위(Executive) 경영자(MBA) 과정에 지원할 계획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원이 된 부인과 고등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이 지역 대학에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

 안 의장은 스탠퍼드대학에는 본인이 원하는 고위경영자과정이 마땅치 않아 다른 대학을 알아보고 있다. 또 대부분 과정이 9개월 정도에 끝나기 때문에 이를 마치는 데로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도 공부를 마치고 무엇을 할지 정확히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일은 꼭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또 유학 생활을 마감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를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