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칸(이하 삼성칸)이 드디어 이름값을 하나. 그동안 ‘이름만 삼성’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삼성칸이 이미지를 벗고 파죽지세의 강세를 보이며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스카이프로리그2005 후기리그에서 이슈를 뿌리고 있다.
KTF매직엔스의 거칠 것 없어보이던 24연승을 저지하더니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를 상대로 3대2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플레이오프는 물론 그랜드파이널 진출까지 노려볼만한 기세다.
삼성칸의 상승세의 백미는 지난 14일 열린 프로리그 15주차 경기. 삼성칸은 4위, 큐리어스는 5위를 달리고 있던 차여서 양팀 모두 플레이오프와 그랜드파이널 진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1승이었다.
초반 개인전과 팀플을 잇따라 내주며 0대 2로 밀릴때만해도 승리의 여신은 팬택에게 미소를 보내는 듯했다. 그러나 삼성은 뒷심을 발휘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큐리어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4위 자리를 굳게 지키는 한편 ‘빅3’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는 순간이었다.
# 첫 플레이오프에 첫 그랜드파이널 희망
이날 경기에서 삼성칸은 개인전과 팀플전 1, 2경기를 연거푸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3경기에서 변은종이 나서 이윤열을 잡고, 이어 이창훈·박성훈 팀플조가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에서 ‘삼성칸의 호프’ 송병구가 안기효를 물리치며 팀에 후기리그들어 최고의 짜릿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경기 직후 팀원 전체는 환호성에 하이파이브를 교환했고, 김가을 감독의 눈가에는 가슴 뭉클해지는 눈물이 고였다.
경기 직후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개인리그를 거의 도외시하고 프로리그에 매달린 결과”라며 “송병구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잘 해줬다. 3경기 변은종도 정말 칭찬해주고 싶고 이창훈과 박성훈의 팀플레이도 좋았다. 5경기는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칸은 지난 10월에도 KTF의 24연승을 저지해 후기 프로리그에 최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앞서 KeSPA컵에서는 팀창단 이후 첫 우승이라는 짜릿한 경험도 맛봤다.
# 전력보강에 정신력 강화 등 안팎 다져
프로리그 전기리그부터 양대 주전 김근백과 최수범의 부진으로 하위권을 맴돌던 삼성칸의 변화는 외부 영입 불가라는 오랜 방침을 깨고 전력 극대화를 위한 외부 영입에서 시작됐다.
지난 4월 변은종, 박성준, 이창훈을 전격 영입하며 종족별 선발 라인업을 개선했고 개인전과 팀플 라인을 새로 구성했다. 이창훈이 팀플전에서, 변은종과 박성준이 개인전에서 활약하며 개인전과 팀플 전력이 안정화됐고 이후부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비록 전기리그에서 아쉽게 7위에 머물렀지만 후기리그에서는 이 같은 전력 보강이 빛을 발하고 있다.
SK텔레콤, KTF매직엔스 등 번번히 강팀의 덜미를 잡으며 프로리그 출범 이래 최고 성적을 만들고 있다. 1승을 보태주던 팀에서 1승을 뺏길지 모르는 팀으로 바뀌었고, 후기리그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이창훈의 경우 이적과 동시에 막강 팀플레이어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주전이면서도 기복이 심했던 김근백과 최수범을 대신해 변은종과 송병구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변은종과 송병구는 삼성칸의 막강 개인전 원투펀치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성적은 기록으로 잘 나타나 있다. 14일까지 삼성칸은 10승6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11승 5패로 동률이지만 승점 차이로 1, 2, 3위를 달리고 있는 SK텔레콤, GO, KTF매직엔스 등 상위 3개팀과는 불과 1게임 차이다. 지난 큐리어스전 승리로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1위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또 후기리그 개인전 다승 랭킹에 변은종과 송병구가 7승으로 공동 2위에 올라있고, 팀플레이에서는 10승의 이창훈이 공동 3위, 9승을 거두고 있는 박성훈이 공동 6위다.
# ‘보태줄 1승’ 더이상 없다
삼성칸의 선전은 후리리그 시작부터 예고됐다. 전기리그 후반,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승부처에서 내리 5패를 기록했고 단 한번도 완승을 거둬보지 못했지만, 많은 경기를 2대2 상황까지 끈질지게 몰고 간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팀 분위기도 좋았고 자신감은 높아졌다. 김가을 감독은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며 후기리그에서의 선전을 시작전부터 공언했다.
이어 팀내 경쟁을 통해 엔트리를 선발하고, 자신이 없거나 승부욕이 떨어지는 선수는 주전멤버라 할지라도 과감하게 배제하는 등 주전 선발 방식에 변화를 가했다. 프로리그 활약 여부에 따라 내년 재계약 때 연봉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로 팀원들에게 당근도 먹였다. 정신교육도 강화했다. 평소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유한 스타일로 알려진 김 감독이지만 후기리그들어서는 여러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내외적인 환경 변화는 ‘허탈하게 지는 경기가 한번도 없었다’는 삼성칸 팬의 말처럼 경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송병구 선수는 “솔직히 우리팀은 약체였다. 그래서 팀이 약하면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 한해 팀원 모두가 그렇게 생각을 바꿨다. 실제 전력이 어떻든 간에 자신감만큼은 절대 잃어버리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변은종 역시 “조금 부족한 듯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팀은 강한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팀원들과 함께 더욱 강한 팀으로 만들어 포스트시즌에 꼭 진출해 삼성칸이 강해졌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송병구와 변은종은 현재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지만 프로리그에 전력을 기울이는 차원에서 최근까지 스타리그를 대비한 연습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가을 감독은 “남아있는 경기를 무조건 다 잡아야한다고 생각하기에 방심은 금물”이라며 “시작할 때부터 그랜드 파이널에 오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리그에 임했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와 그랜드파이널이 확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