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자산업의 연간 수출 1000억달러 시대가 열렸다. 단일산업으로 수출 1000억달러 돌파는 처음이다. 지난 1962년 전자제품을 최초로 수출한 이후 44년 만이며, 1972년 수출실적 1억달러를 돌파한 지 33년 만에 이룬 성과다. 44년간 2096배, 33년간 연평균 22.2%의 수출 증가율은 세계적인 기록이다. 혹한의 알래스카에서 열사의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수출현장을 치열하게 누비면서 최선을 다해 온 수출 역군들의 노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정부는 올해 디지털전자 수출이 1029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규모가 2000억달러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실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2년 8.7%였던 디지털전자산업 수출 의존도가 지난해에는 38.1%로 5배 높아졌다. 국내 수출 산업구조가 첨단 디지털전자 제품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디지털전자산업이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이 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고유가, 환율불안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이런 수출 성과를 이끌어 냈고 이것이 내수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데 큰 힘이 돼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세계적으로 디지털전자 수출이 1000억달러인 국가는 일본·미국·중국 3개국에 불과하다. 지난 87년 당시 우리나라 디지털전자산업 수출 100억달러대와 규모가 비슷했던 독일·영국·프랑스 등 경쟁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가 디지털전자산업 강국으로 부상했음이 분명하다. 정부는 이 여세를 몰아 앞으로 10년 내 디지털전자 수출 3000억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14%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런 과거의 성취나 단순한 꿈에 잠겨 있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세계의 제조공장인 중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수출시장을 넓혀 나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부품·소재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대일 무역 적자가 커지는 수출구조도 문제다.
수출 제품의 편중 현상도 위험 수위다. 올해 디지털전자 수출 1000억달러 달성과 함께 반도체 수출 300억달러 돌파, 삼선전자 휴대폰 1억대 생산 등 풍성한 기록이 말해주듯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일부 품목의 수출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3개국에 집중됐던 수출 대상국이 올해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BRICs)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살아 온 나라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전자산업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맞이한 지금, 과거의 ‘수출입국’ 구호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IT839처럼 차세대 수출 주종품목을 발굴 육성하고 기술 등 서비스로까지 수출 분야를 넓혀야 한다. 중국 등 후발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수출 시장을 더욱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며,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추세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적인 수출 확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다. 수출과 내수의 괴리 현상은 시급히 시정해야 할 문제다. 수출은 잘 되지만 이것이 내수로 연결되지 못해 절름발이 성장이 지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부품·소재산업 육성이 중요하다.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있어야 수출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부품·소재의 국산조달이 가능하며 이래야 무역흑자 기조도 유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