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丙戌年) 새해를 맞아 게임산업이 다시 비상의 나래를 폈다. 올해 유달리 변수가 많아 보이지만, ‘종주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온라인게임을 필두로 올해 전반적인 산업 기상도는 매우 밝다.
이미 지난해에 플랫폼을 막론하고 시장 포화와 공급과잉으로 인한 구조 재편 속에서도 게임이 가장 확실한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라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또 어떨까? 2006년 게임산업의 기상도를 전망해 본다.
올해 온라인게임산업은 태동 이래 최고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그만큼 국내 게임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굵직굵직한 변수들이 많다. 2004년 블리자드의 초특급 블록버스터 ‘와우(WOW)’ 등장 여파로 메이저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수 년간 준비해온 역작들이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다, 브랜드와 퀄리티를 겸비한 외국산 대작 게임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 결코 어떠한 변수도 성장의 저울추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게임산업 엔진은 이미 어떤 브레이크로도 쉽게 제동이 걸릴 수 없을 정도로 정상 궤도의 ‘RPM’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이 고도 성장기를 지났다고는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찾고 있고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 올해 역시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20∼30%대의 고 성장이 무난한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 “MMORPG ‘르네상스시대’ 연다”
‘2006년은 MMORPG의 해?’ 지난해가 캐주얼의 해였다면, 올해는 MMORPG가 재도약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리니지’‘리니지2’‘뮤’‘WOW’ 등 국내외 ‘빅4’ 이후 ‘카트라이더’ ‘팡야’ ‘프리스타일’ 등 캐주얼 군단의 위세에 다소 눌렸던 MMORPG 진영이 초특급 블록버스트를 대거 토해낼 것이기 때문. 특히 작년까지 베타테스트에 그쳤던 대작들이 잇따라 상용화 모드로 전환, 본격적인 수확기로 접어들 예정이어서 ‘MMORPG의 르네상스 시대’가 확실시된다.
올해를 화려하게 장식할 것으로 보이는 MMORPG류는 써니YNK의 ‘로한’을 필두로 웹젠의 ‘썬’, 한빛소프트의 ‘네오스팀’과 ‘그라나도에스파다’, 넥슨의 ‘제라’, 엠게임의 ‘귀혼’ 등. 여기에 작년말 정액제 방식으로 상용화에 돌입한 CJ인터넷의 ‘대항해시대’, 이스트소프트의 ‘카발’, 인디21의 ‘구룡쟁패’ 등도 올초부터 알토란같은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또 엔씨소프트의 ‘아이언’을 비롯해 위메이드, 조이온 등 MMORPG명가들의 후속작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그런가하면 캐주얼적 요소와 RPG가 연계된 퓨전형 MMORPG도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MMORPG진영의 화려한 라인업에 다소 빛바랜 듯 보이지만, 캐주얼 열풍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트라이더’ ‘비앤비’ ‘겟앰프드’ ‘팡야’ ‘프리스타일’ 캐주얼 ‘빅5’가 모두 인기 정점을 지났지만, ‘신야구’ ‘오디션’ ‘알투비트’ ‘스매쉬스타’ ‘건스터’ ‘고고트레져’ 등 일일히 열거하기 조차 힘든 다양한 장르의 캐주얼 게임이 2006년을 벼르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겨냥, 5∼6개 업체에서 개발 중인 축구게임도 빅히트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 역시 게임산업의 최고 변수는 시장 포화에 따른 내수 불안이다. 게임 인구가 10대 초반의 이른바 ‘로틴’과 30∼40대 중장년층, 여성 등으로 확대되면서 시장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2000년대 초반의 가파른 상승 곡선이 상당히 완만해진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청소년위원회를 축으로 각종 시민단체가 연계된 끊임없는 규제 정책이 올해도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안은 수출이다. 다행이 올해 온라인게임 수출 전망은 상당히 밝다. 특히 본고장인 미주, 유럽, 일본 시장은 희망적이다. 최대 시장인 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 지역의 전망이 좋다. 일본의 경우 온라인게임이 붐을 이루며 작년부터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주력 시장으로 급부상, 올해는 더욱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넥슨·NHN·한빛·네오위즈·CJ인터넷 등 주요 메이저업체들은 올해 일본 시장에서 사활을 걸 전망이다. 중국·대만 등 중화권 시장 역시 ‘한류’ 바람에 강력한 팬층을 확보, 올해도 로열티 수입이 급증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유렵의 경우도 온라인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이 크게 바뀐데다 시장 확대의 기본 인프라인 브로드밴드 보급률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미 엔씨소프트·웹젠 등이 연착륙에 성공,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 메이저업체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미주·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도 중남미, 서남아시아, 동유럽 등 제 3세계 진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온라인게임 수출 규모가 작년에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을 정도로 국내업체들의 글로벌 마케팅이 실효를 거둘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 게임산업 재도약, 변수는 없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인 법’. 전체적으로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해보다 고조되고 있지만, 악재도 없지 않다. 마치 ‘황우석 쇼크’로 인해 국내 BT(바이오)산업의 성장에 급제동이 걸린 것과 마찬가지. 올 게임산업의 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이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건전게임문화 조성이란 대의 명분 아래 사후 관리 등 각종 규제 정책은 더욱 칼날을 세울 것이 자명하다.
이미 작년에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의 이용을 강제로 제한하는 ‘셧다운제’ 도입이 추진돼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작년말 불거져나온 온라인게임 아이템 양성화가 현실화할 경우 이에따른 법적 보상 문제 등 산업적 측면에선 분명 악재다.
늘 ‘뜨거운 감자’인 게임 중독 문제도 또다른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는 꼬투리를 계속 제공할 것이다. 인터넷 종량제도 ‘휴화산’같은 악재로 분류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이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인 만큼 정부의 적절한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며, “정부의 규제의 강도에 따라 온라인게임산업 성장폭이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산 게임의 본격적인 진입도 결과에 따라 국내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WOW’ ‘대항해시대’ 등 일부 외산 게임이 국내에서 연착륙에 성공한 것에 자극받은 것일까,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외국산 온라인게임이 어림잡아도 10여편에 달한다. 일부 퍼블리셔들은 아예 외산게임 수입에 열을 올릴 정도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등 악재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게임산업진흥법 제정, 자금 시장 회복, 신규 유저 확대, 고사양 PC보급 확대, 해외 시장 개척 등 호재가 훨씬 더 많아 2006년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기상은 ‘쾌청’으로 요약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