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합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디지털 콘텐츠 시장 지형도 변화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67억달러에 픽사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협상이 성사되면 픽사의 회장이자 애플컴퓨터 CEO인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의 개인주주 중 최대 보유자가 되고 이사회에도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픽사의 수장인 스티브잡스는 막대한 콘텐츠 배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디즈니의 주주로서 콘텐츠 유통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픽사의 막강한 콘텐츠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거대 애니메이션 기업의 탄생=콘텐츠 사업의 중요성이 점점 확대되는 시점에 디즈니와 픽사가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콘텐츠 기업간의 합병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 중심에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번 인수 협상의 주인공인 픽사의 회장이기도 하지만 휴대형 디지털 기기 ‘아이팟’과 디지털 음악 스토어 ‘아이튠스’를 갖고 있는 애플의 CEO다.
이는 결국 디즈니 그룹이 확보한 콘텐츠와 온라인·무선망 간 결합이 콘텐츠의 원활한 배급을 가능케 하면서 콘텐츠 유통 시장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일대변혁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디즈니의 콘텐츠 공급원은 ABC 방송을 비롯해 ESPN,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등 다양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들의 인수 합병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프루덴셜 이쿼티 그룹의 캐서린 스타이보니아스 애널리스트는 콘텐츠와 기술의 컨버전스가 디즈니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피터 리서치의 데이비드 카드 애널리스트는 디즈니와 애플의 제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디즈니가 픽사를 굳이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오랜 협력자, 디즈니와 픽사=디즈니와 픽사는 10여 년 동안 공동으로 작업을 해 온 오랜 협력자다. 1995년 ‘토이스토리’를 비롯해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2’ 등 애니메이선 업계의 히트작을 잇따라 공동 제작하며 막강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전부터 픽사 회장인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콘텐츠 배급을 위해 다른 파트너를 물색하는 등 두 회사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디즈니의 신임 CEO 로버트 아이거와 스티브 잡스가 ABC 방송의 ‘위기의 주부들’과 ‘로스트’를 애플 측에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화해 무드로 돌아서 두 회사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픽사를 키운 스티브 잡스=스티브 잡스는 픽사를 보잘것 없는 회사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 업계의 거물로 성장시켰다. 잡스는 1986년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그래픽 부문을 1000만달러에 인수, 이름을 픽사로 바꾸고 투자를 단행했다. 1990년대초 사재를 털어 단편 영화, 광고 및 소프트웨어 등을 만들어냈다. 당시에는 관객이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를 받아들일 것인지 명확치 않은 상황이었다.
1995년, 마침내 최초의 완전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가 탄생,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픽사는 그해 기업공개를 단행, 1억4000만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다. 2005년 1월1일 마감하는 회계연도에서 픽사는 매출 2억7350만달러 매출에 순익 1억4170만달러 실적을 이끌어냈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의 주식 6000만주를 약간 넘게 보유, 지분 50.6%를 확보한 최대 주주다. 현재 주가를 반영하면 픽사로 인한 잡스으 재산은 약 34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