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식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올해 제작·방영이 계획돼 있는 것만 해도 현재까지 극장용 애니메이션 3편을 비롯해 모두 20여편에 이른다. 더욱이 TV시리즈는 대부분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전세계 안방에 방영될 예정이라니 주목된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올해 본격적인 부흥기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물론 이처럼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기를 띠는 것은 지상파 방송의 국산 애니메이션 총량제 본격 시행과 해외자본의 유입 때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기를 띤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젊고 유능한 제작자가 많이 모여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고, 이는 곧 좋은 작품을 탄생하게 해 우리나라를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하는 선순환적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이 장점인 애니메이션은 다른 어떤 엔터테인먼트도 따라올 수 없는 다양성을 자랑한다. 특히 원자재 없이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가능한 무공해 산업인 데다 성공하면 인형·팬시를 비롯한 캐릭터 산업과 영화·온라인 게임 등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멀티콘텐츠 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또 실사영화가 넘기 어려운 국제 장벽을 쉽게 돌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데다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등 관련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강하다. 일반 제조업은 물론이고 다른 콘텐츠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성장 분야인 점도 애니메이션 산업이 중시되는 이유다.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기를 보이는 것은 일견 대견하지만 양적 팽창에만 자족할 때는 아니다. 기초가 허약하면 자칫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애니메이션 창작 여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된다. ‘국산 영화 붐’으로 여건이 크게 개선된 영화와는 달리 애니메이션 분야는 아직 저임금 등 창작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의 하위문화로 보는 일반 인식의 벽이 높은 탓이기도 하다.
우리와는 달리 일본과 미국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자본력으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하도급 국가에 머물러왔고, 이마저도 최근에는 중국 등 제작비가 싼 나라들에 일감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작물이 제작돼 해외에서 방영될 예정이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술력이 축적됐고 제작인력도 풍부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과 일본의 주문생산을 담당했던 풍부한 인력과 섬세한 손재주,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에 확보한 기획력과 디지털 신기술이 가세하면서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부상할 기술적 기반을 갖춘 것이다. 특히 90여개 대학에서 우수한 애니메이션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등 애니메이션으로 꿈을 이루려는 젊은층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과 시스템이 아직 없을 뿐이다.
정부 지원 없이 제작자들의 노력이나 창작 의욕만으로는 국산 애니메이션의 도약에 한계가 있다. 고부가가치 콘텐츠 산업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국내 관객들의 미국·일본 애니메이션 선호 현상도 바뀌어야 한다. 또 국산 애니메이션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인정받으려면 우리만이 지닌 독창성을 확보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투자도 더 활발해져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돈이 들어간 만큼 완성도나 동작의 유연성 등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이 갖추어져야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는 세계 시장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이 살아남고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