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으로 떠나는 여행]#15

외계인의 침공 그리고 우주 괴물의 습격 등 미지의 세계에 넘쳐나는 위기에 우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영화 ‘우주전쟁’에서야 외계인들이 병에 걸려 자멸해 주었지만, 이런 기적 같은 일을 언제까지나 바라고 기다릴 수 만은 없는 법이다.

하지만 상상 과학 세계에서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전쟁이 아닌 미지의 외계인에서부터 우리 자신들, 그리고 심지어 방사능으로 거대해진 괴수에 맞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쟁(War)’이 펼쳐진다.1999년 천공의 저편에서 한 줄기 빛이 지구를 향해 날아들었다. 섬을 엉망으로 만들며 떨어진 빛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대한 전함.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이 만든 그 전함의 출현에 인류는 외계인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지구는 하나의 정부 아래 통일되어 언젠가 찾아올 외계인의 침략에 대비하기 시작한다.

80년대 초 일본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인류는 젠트러디라 불리는 외계인의 침략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들은 모르고 있지만 이미 우주에선 두 외계 종족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우리 지구는 그들 사이의 대결에 말려들고 만 것이다.

이같은 스토리는 저그와 프로토스 종족이 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테란이 이 대결에 말려들게 되는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마찬가지다(보다 정확히 말하면, 테란 진영에서 저그를 병기로 쓰려고 연구를 하다 당해 버리는 상황이지만).이렇듯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외계인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스타워즈’의 오프닝에 소개되듯, ‘아주 오랜 옛날(A Long Time Ago)’ 우주 전쟁이 있었고 그것이 신들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전설 속에 남겨졌을지도….

이런 우주 전쟁은 때때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마크로스’의 후반부에서는 자그마치 500만 척의 적함이 나타나 지구를 초토화시켰고, ‘스타워즈’에서는 자그마치 지름 80km의 거대한 우주 전함, ‘데스스타’를 둘러싸고 격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심지어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달의 4분위 1에 달하는 거대한 모선이 나타난다.

게다가 ‘은하영웅전설’에서는 보통 몇 만대씩 전함들이 쏟아져 나와 서로 포를 쏘아대고 한 번에 수백 척, 수천 척씩 사라져 버리는데, 그때마다 수만, 수십 만 명씩 죽어간다는 사실에 조금 끔찍해 지기도 한다.

여기에 이 세상에 팬터지 게임이 탄생한 이래 죽어간 슬라임이 몇 마리나 될까? 일일이 세기도, 그리고 생각하기도 귀찮을 정도지만, 우주 전쟁에서 죽어가는 외계인의 숫자는 그것을 간단히 넘어선다.

별 하나가 날아가면 외계인 만 해도 10억 쯤 사라지고, 전투 한 번에 조(兆) 나 경(京) 단위의 생명체가 소멸하니 말이다(‘스타크래프트’에서도 이제껏 죽어간 저글링이나 마린의 수는 정말로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규모가 큰 만큼, 희생도 막대한 우주 전쟁. 그렇다면 인간이나 외계인은 왜 우주 전쟁을 벌이는 것일까? 여기엔 수많은 이유가 존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간과 외계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드라마 ‘브이(V)’에서 등장하는 외계인들이 인간들을 잡아먹는 것은, 그들이 공룡에서 진화한 파충류이기 때문. 말하자면, 우리들이 소나 양, 심지어 개를 잡아먹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배틀필드 어스’에 등장하는 외계인 사이클로는 금을 얻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지구인들을 몰살시키려 하고, 그들의 기술을 배워 대항하는 인간들은 핵폭탄으로 사이클로 행성을 날려 버린다. 불과 얼마 전까지 흑인들을 노예로 부렸듯이, ‘스타워즈’의 제국군은 외계인들을 노예로 부리고 착취한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나 ‘걸포스’처럼 다른 종족들을 멸망시키려 하는 일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종족 간의 전쟁은 그야말로 끝없이 전개되는 것이다.

물론, 우주전쟁은 외계인 사이에서만 일어나진 않는다. ‘모빌슈츠 건담’을 시작으로 ‘은하영웅전설’이나, ‘메크워리어’ 등 수많은 작품에서 인간끼리의 대결이 벌어진다. 자원이나, 인종, 혹은 종교나 이념에 따라서 우주 전쟁은 끝없이 펼쳐진다. 마치 우리들 지구에서 수많은 전쟁이 벌어졌듯이 말이다.전홍식 pyodogi@sfwar.com SF컬럼리스트. 게임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스페이즈 판타지 (http:www.joysf.com)란 팬 페이지로 유명하다.

-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물론 게임으로도 다양하게 발매되었다.

-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군은 저그와 프로토스 두 종족 사이에 말려든다.

- 스타워즈. 별들의 전쟁이라는 제목 그대로 방대한 전투가 펼쳐진다.

- 미니시리즈 ‘V’에서도 거대한 비행 접시를 볼 수 있다.

- 드래곤볼. 우주 최강 전사라는 이들이 싸우면 전함은 고사하고 별 한 두 개쯤 간단하게 날아간다.

- 브이(V)의 악녀 다이아나. 미모와는 달리 그 아래엔 파충류의 껍질이 감추어져 있다.

- 배틀필드 어스. 사이클로들은 금을 얻기 위한 이유 만으로 지구인을 몰살시켜 버린다.

- 건담의 주역들. 그들의 대결은 오직 이상을 추구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홍식기자 pyodogi@sfw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