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K는 컴퓨팅 신제품 경연장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SEK가 지금은 IT종합전시회로 명성이 높지만, 초창기에는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SW) 전문 전시회였다. 이런 까닭에 SEK는 컴퓨팅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전시회로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업체들이 신제품을 개발하면 SEK부터 찾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SW 모두 모여라=SEK가 창설될 당시 정식명칭은 한국소프트웨어전시회였다. 당시만 해도 SW를 하드웨어(HW)의 부속품 정도로만 여겼다. SW 전문전시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이유야 어찌됐든 국내에서 나오는 대작 SW는 대부분 SEK를 거쳤다.
초창기인 80년대에는 대부분 시스템 프로그램 등 핵심기술이 아닌 일반업무 관리용 SW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가운데도 88년(2회) 출품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3.2’는 출품 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의 한글 버전으로 컴퓨터 대중화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았다.
90년 초반에는 데스크톱PC가 가정에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개인용 패키지 SW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한글과컴퓨터의 ‘한글2.1’이다. 이 제품은 한국 SW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은 국산 한글워드프로세서로, 한글과컴퓨터를 국내 대표 SW 기업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글은 잘 만들어진 SW는 얼마든지 팔린다는 메시지를 국내 SW업체들에 전해준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93년(7회)은 국내에 윈도 시대 개막을 알리는 해였다.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제1회 윈도월드전시회’가 창설돼 함께 열리기도 했다. 윈도NT가 전시회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을 보였다. 이를 계기로 90년대 중반까지 개인용 패키지 SW 출시 붐을 이뤘으며, 하늘소의 ‘이야기7.0’, 한국아이시스의 ‘PC닥터’, 해태전자의 ‘윈도즈NT서버’ 등이 큰 인기를 모았다.
90년 후반에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SW 제품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통합으로 나모인터랙티브의 인터넷 홈페이지 저자도구인 ‘나모웹에디터’가 관람객들의 눈을 붙잡았다. 또 인터넷과 결합한 기업용 솔루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인트라넷·그룹웨어·경영정보시스템(MIS) 등 현재 기업용 SW의 본류격인 제품들이 90년대 후반 SEK을 통해 대거 소개됐다. 2000년대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 무선인터넷 솔루션이 주류로 등장했다.
권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SEK는 한국 SW 산업을 주도한 전시회로 SW 경연장 역할을 했다”면서 “매년 시대상을 반영하는 SW들이 대거 소개돼 SW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PC 히트 제조기=IT산업의 쌀인 PC와 SEK의 인연은 92년(6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제품이지만, 금성사(현 LG전자)의 노트북PC(제품명 마이티386SL)가 주인공이다. 당시에는 새털(?)처럼 가벼운 2.7㎏ 무게가 화제였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이후 내놓은 노트북PC의 경량화와 소형화의 시발점이 됐다.
PC는 인터넷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SEK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했다. 96년(10회)에는 대우통신이 펜티엄프로 CPU를 탑재한 PC를 SEK에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LG전자·큐닉스컴퓨터 등 PC 제조업체들이 펜티엄 166에 8배속 CD롬드라이브 등 최고 성능을 갖춘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SEK 이후 국내 대표적인 PC로 자리매김했다.
97년(11회)에는 휴대형 PC가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동성을 강조한 새로운 개념의 휴대형 PC는 국내 PC산업의 새로운 조류를 만들었다. 이동 컴퓨팅 시대의 예고탄이었다. 당시에는 US로보틱스의 개인휴대단말기(PDA)인 ‘파일럿5000’이 관심을 모았다.
98년(12회)에는 360도 무한회전이 가능한 VCR용 조그다이얼을 채택한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 M6000’이 단연 화제였다. 이 제품은 원터치 기능 버튼을 전면에 두고 자동복구·학습·절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인기였다. LGIBM은 시스템이 꺼진 상태에서도 전원버튼을 누르면 신속하게 부팅되는 ‘퀵부팅’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PC는 손에 쥘 수 개념의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면 휴대폰과 유비쿼터스 시대의 단말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EK에서는 국내 모든 PC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며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아이템인만큼 업체가 홍보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컴퓨팅 기술 전시회 자리매김=업계 관계자들은 SEK를 컴퓨팅 전문 전시회로 꼽는다. 올해는 스토리지 등더많은 컴퓨팅업체들이 SEK를 찾는다. 컴퓨팅업계 양대산맥인 한국IBM과 한국HP을 필두로 한국오라클·SAP코리아도 얼굴을 내밀었다. 세계적인 컴퓨팅업체가 국내 전시회에서 한자리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교현 한국오라클 상무는 “SEK가 해를 거듭하면서 국내 컴퓨팅 산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도 전시회 참여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GS인증관`에 관심 집중
올해 SEK의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부문은 어느 해보다 화려하다. SW 강국 건설에 정부와 업계가 발벗고 나선 만큼 관심과 열기도 뜨겁다.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를 주제로 코엑스 3층 대서양홀 7·8호실을 SW 테마로 구성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굿소프트웨어(GS)인증관’이다. GS 인증을 획득한 1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국내 SW 품질 개선을 모토로 품질을 공인받은 제품들이 대거 전시돼 외국계 기업과 성능 경쟁을 벌인다.
조풍연 GS인증사협의회 회장은 “SEK는 GS 인증을 대내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며 “참여업체들이 국산 SW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유비쿼터스를 실현하는 각종 솔루션을 선보이는 ‘u소사이어티솔루션관’도 관심의 대상이다. 삼성SDS 등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그들만의 노하우와 솔루션을 소개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도입한 리눅스 기반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관’도 마련된다. 삼성SDS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참여 솔루션업체 10여개가 참가한다.
신소프트웨어상을 수상한 업체들의 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신소프트웨어관’도 열리며 1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KM-EDMS 특별관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 지원 SW업체들이 참여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한글과컴퓨터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용 SW 대표 브랜드로 참여하며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는 기업용 SW 대표 브랜드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안철수연구소·하우리·트렌드마이크로·시만텍 등 정보보호 리딩 컴퍼니들이 정보보호관에서 제품 경쟁을 벌인다. 후지쯔·HP·레노버·델 등은 차세대 노트북PC 경쟁을 벌이며 관람객을 유혹한다. 한국IBM은 u서비스 기업관을 별도로 마련했다. 스토리지관에는 한국EMC·효성인포매이션·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 등이 참여한다.
SAP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SEK는 세계적인 컴퓨팅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술 경연을 벌이게 됐다”며 “국내외 경쟁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만큼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