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제대로 된 법이 필요하다

게임업계는 지금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진흥법)’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법률의 제정은 오래전부터 업계가 바라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과거에 존재했던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관한법률’에선 게임이 찬밥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규제법에다 게임을 끼워 넣는식이 돼 버린 탓에 그 옹색함은 이를때 없었다.이 때문에 업계는 오래 전부터 ‘게임산업만을 위한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 왔고 드디어 입법 추진 3년여 만에 갖은 우여곡절 끝에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을 살펴보니 왠일인지 그리 밝지 못한 것 같다. 오랜 숙원사업을 이룬 것인데 왜 그럴까? 최근 공개된 시행령(안)의 내용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시행령(안)에는 업계가 그토록 바라던 진흥이나 육성보다는 규제와 관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차라리 법이 없는 것이 더 낳겠다”는 극단적인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온라인 게임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정부가 법제정을 통해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업체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을 통해 이뤄낸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 애써 산업을 일구고 이제 막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는 이 시점에 정부가 오히려 법제정을 들고나와 업계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얘기다.

물론 극단적인 목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법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놓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적다. 적당히 속이고 적당히 법을 어기며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인 탓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산업을 그대로 둔다면 건전한 게임 뿐 아니라 편법과 불법이 난무할 수 있다. 그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힘의 논리로 강자가 약자를 핍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관계법령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법 제정은 최소한의 것으로 한계를 그어야 한다. 그리고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법해석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법 제정 성격과 배경이 ‘진흥법’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내 놓은 시행령(안)은 진흥법이란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많은 것들을 규제하고 있다. 또한 명확한 기준도 없어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입법예고 기간이 그나마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을 통해 정부는 업계와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규제는 최소화 하고 진흥은 최대한 살리는, 법제정 취지에 걸맞는 시행령안을 마련해 주기바란다. 그게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국민을 위한 일이다.

<김병억·취재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