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위기를 기회로

세계 16강 진출의 길은 참으로 멀고 험하다. 대 토고전이 그렇고 프랑전이 그렇다. 그 곳에서 아쉬움과 탄식 그리고 위기속의 희망과 가능성을 함께 본다. 두 경기의 결과만을 가지고 일희일비할 상황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축구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6강에 오르기도 힘들지만 그에 걸맞은 명성 지키기도 쉽지 않다. 내공을 쌓기 위해 밤낮없이 훈련을 거듭해야 하고 자기 계발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상대에 대한 정보 획득은 물론 자신의 특장점을 철저히 분석해 전략·전술을 수립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밤샘 공부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내일을 위해 준비하지 않으면 그 명성은 커녕 자리 수호도 담보할 수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은 우리 축구사의 찬란한 역사다. 하지만 그 명성은 마치 신기루와 같다. 거기에 함몰되면 유연성을 상실하고 마음만 앞서간다. 그 큰 부담으로 경기를 제대로 이끌 수 없다. 토고전 전반이 그랬다. 그나마 4년을 준비한 덕에 해외원정의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자족하거나 교만함은 대사를 그릇치는 우를 불러온다. 그리고 준비하지 않으면 내일의 희망을 볼 수 없다. 두 경기가 우리에게 던져준 시사점이다.

산업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처해 온 우리나라 게임 위상이 최근 흔들리고 있는 것은 내일을 내다보고 준비하지 않은 채 그저 하루살이에 만족해 왔기 때문이다. 경쟁국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끼리 자족해 왔고 우리끼리 샴페인을 터트렸다. 그 틈을 타 중국과 일본 ·미국은 한국 타도를 목표로 맹렬히 달려왔다.

솔직히 우리 온라인게임 산업은 뛰어난 인프라와 하고자 하는 의욕, 그리고 내일을 바라보는 눈으로 성장해 왔다. 일본이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콘솔산업을 일구고, 미국이 빼어난 기술력을 통해 게임 산업을 일으킨 것과는 사뭇 다르다. 또 중국이 거대한 자국 시장을 무기삼아 게임산업에 달려드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자칫하다가는 2∼3년 후 먹거리마저 보장할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국 게임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고 미국·일본은 무섭게 치고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반면 최대 경쟁력인 하고자 하는 의욕마저 잃은 채 흔들리고 있다. 스타급 PD들은 말그대로 ‘컬트’작만 양산하고 있고 정부는 산업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 입안으로 업계를 주눅 들게 하고 있다. 이러다가 종주국 위상은 물론 등외로 밀려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감출 수 없다.

자리를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산업 중심국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공을 쌓고 내일의 먹거리를 찾아 헤매야 한다. 필요하다면 과외수업도 받아야 할 때다.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고비를 넘어서야 한다. 명성은 준비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거기에 함몰되서는 않되겠지만 품위와 목표를 잃어서는 곤란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느날 순간 우리가 온라인게임의 변방에 서서 그들만의 잔치에 젖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대사를 그르치지 말자.

<편집국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