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김남주(35) 사장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고 있다. 산고를 거듭하며 마침내 오픈베타테스트에 들어간 ‘썬’이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뮤’ 이후 뚜렷한 작품이 없다는 비난을 받으며, 개발자에서 CEO로 변신해 근 4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노력이 이제서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는 나스닥 상장 기업의 대표로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활시위를 힘차게 당기고 있다. 김 사장은 각 지역에 적합한 온라인게임이 바로 ‘성공전략’이라며 자신의 비책을 털어놨다.
“ ‘썬’은 배틀존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고 유저 간의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만들었어요. 이러한 것들이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정은 지키지 못했지만요. 하하하….”
김 사장은 모처럼 공개한 MMORPG ‘썬’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비록 유저와의 서비스 일정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나 그만큼 보강돼 나왔기에 오히려 좋은 약이 된 것 같았다고 했다.
# 경쟁 시스템이 보약
또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 얻어진 유저들의 의견도 참고했으나 ‘썬’만이 지니고 있는 색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눈치였다. 그는 전설적인 개발자 존 카맥이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 두뇌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며 MMORPG에선 유저들의 경쟁 시스템이 제일 재미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썬’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갈 큰 축도 ‘경쟁’이라고 덧붙였다.
‘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현재 웹젠은 세계가 독일 월드컵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온 국민이 축구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시기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모든 업계가 월드컵과 축구에 다리를 걸치고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더욱 눈에 띄는 것이죠. 그리고 명색이 웹젠의 두번째 작품인데 최대한 노출하고 싶어요. 돈이 없는 회사도 아니고, 이런 것도 매우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고 필요한 부분입니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합니다. 월드컵이 끝나도 마찬가지이죠.”
김 사장의 뚝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 퍼블리싱 비중 높인다
그는 ‘썬’이 예상보다 늦게 나왔지만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생겨 차기작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했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작품들이 스스로를 더욱 다듬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썬’의 유료화 시점이 가시권으로 들어오면 ‘위키’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고, 중화권을 겨냥한 ‘일기당천’도 중국과 대만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멀티플랫폼을 지향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맞추고 있고 ‘헉슬리’의 PC버전은 올해말 발표할 예정이다.
‘헉슬리’의 경우, 웹젠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여러가지 의미를 시사하고 있는 타이틀이다. 바로 글로벌 전략의 최전선에 위치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웹젠이 앞으로 나갈 방향은 세계적인 개발사&퍼블리셔입니다. 게임 개발도 계속 추진하겠지만 퍼블리싱에 대한 비중을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등극하고 싶습니다.”
그런 전략의 첫 걸음이 바로 멀티플랫폼이고 ‘헉슬리’가 처녀작인 것이다. 그는 먼 미래를 예상하지 않아도 4∼5년 후에는 반드시 콘솔에 대한 대비를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콘솔 업체들은 온라인게임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점차 비중을 확대해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콘솔은 현재 세계 게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데 온라인까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국내 업체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설명이었다. 지금부터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해야 온라인게임 강국을 유지할 수 있고, 더 넓은 시장에서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었다.
# 맞춤형 전략 ‘예외는 없다’
“그렇다고 웹젠 홀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레드5의 마크 컨이나 데이빗 존슨 같은 유능한 인물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죠.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그는 각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위해서도 현지 스튜디오와 손잡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그곳을 잘 아는 인물과 개발사가 필요한 법. 개발 중인 ‘일기당천’이 처음부터 중화권을 겨냥해 기획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E3 2006에서 ‘썬’을 메인으로 내세웠고 앞으로 있을 차이나조이에서는 ‘일기당천’을 전면에 포진시킬 것이라고 했다. 게임 전시장 조차도 지역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웹젠이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MMORPG이다. 소위 말하는 대작으로만 편성돼 있다. 리스크를 조금 줄이고 대중을 지향하는 캐주얼게임에 대한 생각은 없는 것일까.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도 자신들의 주력 분야 외에 다른 곳으로 쉽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며, 자동차 공장에서 오토바이를 만든다고 품질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분석하면 하드코어 유저들의 비중이 여전히 매우 높아요. MMORPG 등 탄탄한 바탕이 있습니다. 저희의 시작이 ‘뮤’였던 이유도 있겠지만 웹젠은 웹젠이 잘 하는 곳만 파고 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조타수 역할이 바로 저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성진기자 사진 =한윤진기자@전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