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와 축구 만남의 현장

대망의 월드컵 첫 경기인 ‘토고전’을 앞둔 지난 13일 저녁 상암 월드컵 경기장.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인 경기장에선 축구응원 열기에 못지 않은 e스포츠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과 토고의 독일월드컵 G조 예선 첫 경기가 치러진 지난 이날 밤, 8만여 명의 관중이 입장해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상암동 경기장에서 아마추어 게임단 창단식과 축구게임 ‘피파’ 시범경기가 진행돼 많은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

특히 시범경기로 치러진 한국과 토고의 가상 축구경기는 붉은 악마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 일으키며 또 하나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많은 관계자들은 걱정이 앞섰다. 과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경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관중들에게 조금은 낯선 e스포츠 경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 쏟아진 수많은 관중들의 호응에 이런 걱정은 눈녹 듯 사라졌다. 많은 대한민국 축구팬들이 가상 토고전에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친 것이다.축구게임 ‘피파’의 가상 시범경기 전 장내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인기가수들의 공연이 끝나고 대 토고전 경기를 기다리며 각자의 용무를 보고 있던 관중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하지만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스크린에 태극전사들의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내자 상암경기장은 다시 붉은 열기에 휩싸였다.

장내 아나운서가 응원을 유도하자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이라는 특유의 응원구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또 대형엔진 박지성의 슛이 골망을 뒤흔들자 실제 월드컵 응원을 방불케 하는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8만여 관중이 온통 스크린에 집중하는 진기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피파 시범경기는 당일 실제 경기와 마찬가지로 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첫 골을 넣었던 대한민국은 두골을 허용,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에 연속 두 골을 성공시켜 재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것. 경기 상황만 보자면 실제 경기보다 더 짜릿한 승리였다.

시범경기의 종료 휘슬과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부모님과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러 왔다는 한 청소년은 “평소에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선지 실제 경기에 앞서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며 “아마추어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다음 해에는 자신도 꼭 도전해 볼 것”이라고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열광적인 호응에 관계자들은 전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e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e스포츠로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하나 된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해 광안리에서 펼쳐진 프로리그 결승전 이외는 없었다”며 “예상밖의 훌룡한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말했다.이 날 행사에는 ‘피파’ 시범경기 외 또 하나의 의미있는 e스포츠 관련 행사가 열렸다. 사상 처음으로 지자체 소속 아마게임단이 창단식을 거행한 것.

‘피파’ 경기가 종료 후 많은 관중들의 박수 속에 선수단이 입장했고 뒤이어 이어 붉은 티셔츠와 모자를 쓴 이명박 서울시장과 서울시설관리공단 김순직 이사장이 무대로 올라 아마추어팀 ‘WINDS’의 창단을 선언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금 게임상에서는 3 대 2의 승리지만, 잠시 후 펼쳐질 본경기에서는 3 대 0으로 우리팀이 대승을 거둘 것”이라며 “아마추어 게임단 ‘WINDS’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무대중앙으로 나서 ‘WINDS’ 팀기를 힘차게 흔들어 보이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또 아마추어 구단주이기도 한 서울시설관리공단의 김순직 이사장은 “청소년을 비롯해 게임을 즐기는 시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e스포츠를 중심으로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서울시와 우리 공단이 함께 그 역할을 해나가자고 마음을 모았다”며 “아마추어단을 통해 게임문화의 저변이 확대되고 청소년들을 프로게임단에 진출할 수 있게 육성, 발굴함으로써 그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은 이번 행사에 대해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좀 더 많은 시민들에게 e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알릴 기회로 작용했다며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온 국민의 축제인 월드컵을 통해 평소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에게도 e스포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층이 찾은 경기장에서 e스포츠를 알릴 수 있었다”며 “청소년으로 치우친 e스포츠 팬들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또 이번 행사를 통해 아마추어 팀의 위상을 높여 e스포츠 저변확대에 일조했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프로리그 중심으로 이뤄지는 e스포츠 대회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수 엘리트만의 잔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아마추어팀 창단이 e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꾀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창단을 통해 실질적인 아마추어팀이 창단돼 선수층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다른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다른 전문가도 “아마추어팀이라지만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만큼 체계잡힌 시스템을 도입해 프로게이머로 성장할 수 있는 요람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