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인문협사태 끝이 안보인다

 지난 3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의 정기총회에서 시작된 내부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최악의 경우 협회가 둘로 쪼개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상호불신과 적대감이 극에 달한 상태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문협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측은 또다른 협회가 생기는 것은 막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지만 대타협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인문협과 또다른 단체가 양립, 힘이 분산됨으로써 PC방업계가 안고 있는 각종 현안 해결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인문협의 갈등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비대위나 인문협측은 한치의 양보없이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점만 거론하고 있다. 양측은 도저히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독자 노선을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인해 PC방과 관련된 제2의 단체가 탄생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 박회장 중간평가가 화근

인문협과 비대위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된 계기는 지난 3월3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박광식 회장의 중간평가가 무산되면서 시작됐다. 박 회장은 선거공약으로 중간평가를 내 걸었고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중간평가 실시를 요구하자 폐회를 선언하고 자리를 떠났던 것. 이에 분개한 대의원들이 박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박회장을 불신임한 대의원들은 비대위를 구성하고 박회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불복한 박 회장이 맞서면서 극단적인 대립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양측은 서로를 배제한 채 이사회를 개최키로 해 결국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문협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비대위에 관여한 회원들을 제명하는 등 강도높은 조치를 취했다. 인문협은 이를 계기로 조직재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비대위도 이에 맞서 21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이날 조직문제와 함께 6월말로 예정된 총회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비대위 총회에서는 새 단체설립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 뿌리깊은 파벌이 해결이 우선

인문협와 비대위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선거공약에 따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문협은 과거 PC방 관련 협회였던 한국인터넷프라자협회(이하 프라자협회)와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문화협회)가 2001년 통합하면서 생겨났다.

당시 통합과정에서 양측이 입장차이를 보이며 갈등했지만 전체 업계의 발전을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명분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통합협회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 이후 인문협은 갈등의 폭을 좁히기 위해 노력을 펼치기 보다는 이권다툼에 열중하면서 내부분열을 가속화시켰다.

비대위측이 문화협회 출신의 회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반면 인문협의 박회장은 프라자협회 출신 회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 협회 대통합의 길은 없나

인문협측이나 비대위측은 ‘협회가 반으로 쪼개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최근의 분위기가 평행선 위를 달리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단체의 탄생이 언제쯤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업계가 받게될 충격이 어느정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협회가 생기게 되면 당초 ‘대의’를 위해 뭉쳤던 양 단체의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 비난은 인문협과 비대위 모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회장의 경우 협회가 갈라진 것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공약으로 내 걸었던 중간평가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비대위측도 비난을 면키는 어렵게 된다. 현 회장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협회를 반쪽으로 갈라놓음으로써 힘을 약화시켰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집행부의 권력싸움으로 인해 일반 회원들만 피해를 보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PC방 업계는 지금 건축법 개정안과 금연법 개정 등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는 데 힘을 모아 대처하기 보다 권력다툼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많은 회원들의 이탈도 예상된다. 결국 PC방 업계가 외우내환으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 회원들은 양측이 극한 대립보다는 과거처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대타협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묵은 파벌대립을 중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PC방 업주 한 관계자는 “협회의 존재여부는 업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제 해묵은 감정은 털어버리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찬기자@전자신문 chani71@etnews.co.kr, ha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