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을 가다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일본의 PC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잠재력은 높게 평가됐으나 ‘콘솔 왕국’인 탓에 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대형 MMORPG가 본격적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콘솔업체들의 적극적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PC온라인게임 시장 확대의 최대 난관인 ‘컴퓨터 사양’만 해결되면 폭발적인 성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게 일본 현지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NHN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 온라인게임 시장 현장을 돌아봤다. 2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와 이번 방문 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 만 해도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많은 것들이 부족해 보였지만 이번엔 화려한 비상을 앞두고 있는 무서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일본의 인터넷 인구는 2002년 1900만명에서 2005년 4700만명으로 급증했다. 매년 약 1000만명이 인터넷의 바다에 들어 온 셈이다.

덩달아 온라인게임 유저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작년엔 약 3000만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이며 동시에 국내 인터넷 사용 인구와 유사하다. 최근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이 2010년이면 2천4백억엔(한화 약 2조68억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마디로 ‘장밋빛 미래’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이에 비해 일본의 콘솔 시장은 매년 조금씩 줄면서 정체돼 있는 상태다. 소니와 닌텐도가 차세대 게임기를 발표하면서 온라인에 큰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트는 “X박스360과 PC의 모든 콘텐츠를 연계하겠다”고 발표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PC온라인게임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력에 대형 콘솔 업체 3인방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비디오게임에 올인했던 제작사들은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콘텐츠의 멀티플랫폼화를 통한 PC온라인 진출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으로 노하우를 쌓은 코에이는 다음 작품으로 ‘진삼국무쌍 BB’를 준비하고 있으며 ‘파이널 판타지 11’로 가장 먼저 앞서 나갔던 스퀘어-에닉스는 블록버스터급 MMORPG를 3개 이상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콘솔 롤플레잉의 명가로 이러한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적인 게임업체 세가, 캡콤, 코나미 등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현실화될 것이 확실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NHN재팬의 모리카와 총괄 이사는 “일본 업체들이 온라인게임으로 큰 실패를 경험한 사례가 있어 지금까지 대체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작년부터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멀티플랫폼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온라인)시장은 매년 2∼3배 증가하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2년 일본에서는 ‘라그나로크’의 성공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게임으로 진출했으나 대부분 큰 손해를 봤다. 이는 작품의 퀄리티보다 운영의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한 관계자는 “콘솔은 판매가 이뤄지면 모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지만 온라인은 오픈이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라며 “플랫폼의 뚜렷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비스 운영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겁 없이 뛰어 들었던 것이 파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며 “차세대 게임기들의 혼전, 급속히 커지고 있는 PC온라인게임 시장과 일부 작품들의 성공 신화 등으로 강렬한 자극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지금 일본 PC온라인게임 시장의 가장 큰 숙제는 게임 유저들이 소유한 컴퓨터의 낮은 사양이다. 펜티엄 4는 고사하고 평균적으로 펜티엄 3급 스펙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수준이면 웹보드게임과 2D 그래픽 외에는 실행조차 힘들다. 이에따라 일본 관계자들은 유일한 걸림돌인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실정이다.

한 현지 관계자는 “일본 유저는 약 4년을 주기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컴퓨터에 굉장히 인색한 사람들이 바로 일본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PC방 문화를 도입해 다양한 접근 통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는 국내처럼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PC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플레이보다 비즈니스 업무에 비중이 큰 인터넷카페 개념이거나 만화방과 복합된 형태를 취한다. 이러한 장소들도 도쿄 번화가가 아니면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일본 유저들은 자신의 집에서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한다.

NHN재팬의 모리카와 총괄 이사는 “한게임이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했고 규모도 가장 큰 회사”라며 “리더의 책임을 느끼고 유저들의 컴퓨터 사양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며 “PC방 정책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단 캐주얼게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색깔과 잘 어울리는 게임센터를 적극 활용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