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한 개방형 직위제가 겉돌고 있다.
주요 공직을 민간인에게도 개방해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 자체는 누구든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개방형 직위제도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정부가 제도 활성화를 위해 민간인 영입 등 적극적인 전문인 유치 방안을 각 공공기관에 주문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국장급 이상 고위급 직위는 제도가 갖는 한계점과 함께 해당 기관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제도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마지못해 공모를 하더라도 결과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해당 부처 인물이 그대로 그 자리에 앉는 사례가 다반사다.
이처럼 짜맞추기식의 제도 시행으로 인해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재임 기간이 2년으로 제한된데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정책 수립 부처는 민간 전문가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외부에서 잠깐 들어와 스쳐 지나가는 식의 인물이라면 정책 수립의 일관성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들의 변명에도 제도적으로 얼마큼 실효성이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기관마다 ‘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기청은 개방형 직위제 부서를 기존 기술경영혁신본부장에서 성장지원본부장으로 변경하면서 공모를 시행했다. 공교롭게도 이 직위는 최근 단행된 인사로 본부장이 이미 바뀐 상태였다.청 내부적으로는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부에서 응모를 하긴 했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본부장이 그대로 선정됐다. 그간 제도 도입 후 중기청이 외부에서 민간인을 채용했던 사례가 전무했던 것에 비춰볼 때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특허청도 최근 개방형 직위제 시행 부서를 화학생명공학심사본부와 정보통신심사본부 등으로 변경하면서 공모제를 시행중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선정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간 민간인 선정이 중기청과 마찬가지로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허정책 특성상 전문가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왠지 하나 마나 한 공모제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