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는 `보증수표?`

 “협력을 맺기로 한 상대측도 대통령과 함께 왔다고 하니 믿음이 가는 모양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 3개국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업계 및 기관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대통령 순방 또는 정부 부처 관계자와 함께 해외에 나와 보면 늘 느끼는 점이다. 기업이나 기관이 독자적으로 바이어나 해외 협력 파트너를 개척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정부와 함께라면 바이어나 협력 파트너와 손을 잡기가 한결 쉬워진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거나 협력 파트너를 구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신뢰’다. 이번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나름대로 해외 협력사업을 오래 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독자적으로 해외 파트너를 찾아 협력 상대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해외 협력 상대를 개척할 때는 정부의 힘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부 산하 기관이라고 해서는 상대측이 쉽사리 믿음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 대통령이나 부처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게 되면 이쪽이나 그쪽이나 일단 ‘틀림없는 기관이나 기업’임을 확신하게 된다.

 해외 교류·협력사업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은 지금부터다. 문제가 생기는 것도 지금부터다. MOU 교환만 하면 사업이 완료된 것으로 여기는 기관이나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개중에는 정부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대외 마케팅용으로만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통령 순방 기간에 루마니아와 핀란드 정부 산하기관과 MOU를 교환한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MOU를 교환하고 나면 양측의 사업 진척 과정을 수시로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다시 만나기도 하고 해야 하지만 MOU 교환에 만족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정부 역시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이 필요하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정부기관 간 의정서 서약 후에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건, 정부기관이건 모처럼 잡은 해외 협력의 기회를 ‘결실’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MOU 교환=사업 완료’라는 생각은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 같다.

헬싱키(핀란드)=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