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로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들은 국내에서 작지만 강한 대표적인 강소 IT기업들이면서, 동시에 가장 성장성이 기대되는 산업 중 하나다. 또한, 팹리스는 팹리스 산업 자체의 성장성 뿐 아니라 완성품의 핵심 기술을 키워간다는 점에서 한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씨앗산업으로 꼽힌다.
팹리스는 제조설비를 갖추지 않은 대표적인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단기간 내에 고속 성장이 가능할 뿐 아니라 칩의 집적도가 높아질 수록 진입장벽도 높아 안정적인 성장도 가능한 분야다. 또한, 완성품의 핵심 기술을 다룬다는 점에서 해외에 의존해서는 안되는 품목을 다루는 산업이다.
사업형태도 초기에는 용역 형태의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 사업이 팹리스 업계의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유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일부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용도용표준형반도체(ASSP)는 물론 디지털신호처리프로세서(DSP)와 같은 범용 제품 시장에 뛰어드는 벤처 기업도 늘고 있다.
이러한 국내 팹리스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알아주기 시작했다. 해외 파운드리 업체들이 국내 팹리스 업체들에 시제품 제작비용을 대폭 할인해 준다며 구애의 손길을 펼치고 있으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팹리스 업체들과의 M&A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팹리스 업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려 시장 확대에 힘쓰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의 구조조정 속에서 흘러나온 전문인력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국내 팹리스 업계는 이제 총 1조원 규모를 넘어서며, 벤처기업 중 하나의 사업 형태에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연간 매출 2000억원대를 바라보는 선두기업들은 이제 매출 1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비상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기술력을 갖춘 신생업체들도 이들의 뒤를 이어 활약하고 있다. 팹리스 업계는 10년 후에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는 당당한 IT업계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코아로직
코아로직(대표 황기수 http://www.corelogic.co.kr)은 모바일 멀티미디어 시스템반도체(SoC)를 설계하는 국내 최대 팹리스 업체다.
1998년 설립한 이 회사는 2002년부터 휴대폰 시장을 겨냥한 카메라폰용 핵심 칩을 개발해 초고속 성장을 거뒀으며, 팹리스 성장의 전형을 마련한 업체로 꼽힌다. 지난 2002년에만 해도 매출 30억원에 머물던 코아로직은 카메라프로세서(CAP) 제품 성공으로 2003년 411억원, 2004년 1333억원 등 빠르게 성장했으며, 올해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 상반기에는 설립 8주년을 맞이해 △2010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 △국내 최초 10억달러 팹리스 회사로 성장한다는 내용의 미래비전인 ‘10-by-10’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회사 성장의 근간이 된 CAP는 센서에 입력된 영상을 실시간 압축·재생·촬영해 저장 및 디스플레이를 하는 프로세서로 카메라폰의 영상구동 핵심 반도체다. 이 제품 개발로 국내 초기 카메라폰 시장을 독식해온 일본 기업과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나갔다. 또, 중국·대만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았다. 기존 CAP 기능에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지원할 수 있는 MAP을 개발, CAP에 이은 제 2의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다.
코아로직 MAP는 동영상 압축표준인 MPEG4 코덱 기술을 하드웨어로 구현한 제품으로 기존 CAP 기능에 캠코더, VOD 및 MP3, 3D그래픽, 자바 게임 등의 기능을 통합한 차세대 모바일 멀티미디어 칩이다. 코아로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MAP 제품군을 확장해 모바일TV 솔루션인 ‘디바(Diva)’ 제품을 출시해 DMB, DVB-H 등과 같은 모바일 방송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엠텍비젼
엠텍비젼(대표 이성민 http://www.mtekvision.com)은 ‘팹리스’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영상분야 반도체를 개발해온 국내 팹리스산업 성장의 주역 중 하나다.
이 회사는 99년 설립 이후 영상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반도체로 구현해 왔으며,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 하에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엠텍비젼이 꼽는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은 구성원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이다. 급변하는 모바일 트렌드를 반영한 시스템온칩(SoC) 제품을 적기에 시장에 내놓고, 실제 완성품에 탑재됐을 때 발빠르게 지원하는 기술력이야말로 엠텍비젼의 자랑거리다.
엠텍비젼은 국내에서 최초 카메라프로세서(CCP)를 개발, 휴대폰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일궈냈으며,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하며 유럽시장 진출의 발판을 닦았다.
엠텍비젼의 카메라 프로세서는 2005년 12월에 1억개 공급을 국내 최초로 돌파했고, 추가 1억개 공급은 2007년 1분기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04년 이후 미디어 코프로세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영상 멀티미디어칩 분야의 선두를 달렸다.
엠텍비젼의 미래 전략은 ‘10, 10’ 전략이다. 이는 현재 엠텍비젼이 개발한 제품군의 규모를 현재보다 10배 이상 키우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한 후에 다시 10배 이상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엠텍비젼은 혁신의 기치를 들고 ‘디지털 이미징 파이어니어’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혁신의 일환으로 입력장치 개념을 뒤바꿀 수 있는 비접촉 입력장치인 머신비전플랫폼(MVP)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모바일은 물론이고 자동차나 항공기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해 유저인터페이스(UI)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텔레칩스
텔레칩스(대표 서민호 http://www.telechips.com)는 99년 설립 이후부터 새로운 시장을 먼저 개척하며 꾸준한 성장을 거둬온 팹리스 업체다.
1999년 10월 설립된 텔레칩스는 2000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기반 발신자번호표시 칩을 개발했으며,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MP3 실시간 녹음과 재생이 가능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연이은 성공을 거뒀다.
고객의 요구보다 앞서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것이 이 회사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해 온 비결이다. 이어 이 회사는 USB 호스트 기능, 다양한 코덱이나 외부 저장매체를 지원하는 기능 등 확장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키웠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플래시 타입 MP3플레이어에 대해 세계 최초로 플레이스포슈어 인증을 받는 등 시장 요구에 한 발 앞선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플래시 메모리 타입의 MP3플레이어 반도체 세계 시장에서 11%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MP3 컨트롤러 분야는 기능 확장과 융합제품을 통해 시장 점유율도 늘려갈 계획이다.
텔레칩스는 디지털컨버전스의 주역으로 떠오르기 위해 MP3 컨트롤러와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분야에 이어 모바일TV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중이다. 핵심 기술이 많은만큼 사업 영역도 다양하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특정 영역과 한계를 두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시장 선점이라 결과물을 낳았다. MP3플레이어·카오디오·홈오디오·휴대폰·모바일TV 등 멀티미디어와 통신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응용시장에서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갖춤으로써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환경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텔레칩스의 사업 전략이다.
◆토마토LSI
토마토LSI(대표 홍순양 http://www.tomatolsi.com)는 국내에서 디스플레이의 핵심 반도체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팹리스 업체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제품은 휴대폰이나 PDA 등 휴대형 전자기기의 액정화면 구동을 제어하는 칩(DDI)이다. 자체 특허와 독자적인 회로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a-Si(Amorphous Silicon) TFT LCD 패널 구동을 위한 VGA급 구동칩을 선보이기도 했다.
토마토LSI의 강점은 유연한 조직 구조 아래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하고 제품의 리드타임을 최소화시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가장 적기에 고객에게 공급한다는 점이다. 또 대기업과는 달리 모듈 업체인 1차 고객은 물론이고 완성품 업체인 2차 고객까지 직접적으로 기술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오픈 마켓을 겨냥한 제품부터 고객 맞춤형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모델을 창출한 것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또 중국과 일본, 대만 등 해외에 구축된 영업망을 통해 마케팅 정보 시스템을 구축, 해외 곳곳의 수요를 현장에서 듣고 반영해 고객만족을 위한 영업과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팹리스는 공장이 없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설비투자가 필요없어 슬림하고 유연한 조직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파운드리 업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제품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불법복제에 따른 기술유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 회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망을 이용해 백엔드와 파운드리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팹 다원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제품의 기술개발 단계에서 제품양산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윈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등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씨앤에스테크놀로지(대표 서승모 http://www.cnstec.com)는 93년 창업하며 방송과 통신 분야 토털 솔루션을 쌓아온 국내 팹리스 산업의 1세대 주자다.
이 회사는 영상전화의 핵심 기술을 칩으로 구현해 자체 단말기에 적용한 것은 물론이고 주문형반도체(ASIC) 사업으로 팹리스 초창기를 일궈왔다.
13년간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며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는 DMB 멀티미디어 칩을 통해 국내 DMB 시장을 석권하기도 했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가 멀티미디어 신호 처리를 하드웨어로 구현하도록 한 DMB 단말기 전용 칩 ‘넵튠’은 국내 내비게이터, PDA, 셋톱박스 등에 들어가면서 DMB 단말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이러한 성장의 근간에는 다른 베이스밴드 칩과의 정합성 테스트를 마쳐 어떤 베이스밴드칩을 사용하더라도 넵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또 DMB 관련 토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단말기 업체의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도 성공의 이유다.
DMB 시장 확산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베이징 DMB방송사업자인 ‘베이징 위에롱 연합 데이터방송사’와 DMB칩의 중국 현지 공급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업협력 계약을 해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또 모바일TV폰 전용 멀티미디어 칩인 트라이톤을 개발해 국내 DMB폰 시장은 물론이고 DVB-H와 ISDB-T 등 해외 모바일 TV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또 국내 최초로 인터넷 전화기 전용 칩 ‘크로노스’도 개발하는 데 성공, 향후 고속 성장이 예고되는 인터넷 전화 시장의 핵심 기술 국산화도 이끌었다. 이 칩 개발로 국내외 영상전화와 함께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역할과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