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이닉스-ST마이크로 중국 합작공장 준공

10일 준공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간 하이닉스 중국 합작사 ‘하이닉스-ST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10일 준공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간 하이닉스 중국 합작사 ‘하이닉스-ST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중국 정부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창장(長江·양쯔강)삼각주. 10일 준공식을 가진 하이닉스반도체 중국합작공장은 창장삼각주 권역에 포함된 장쑤성 우시시에서 단일 공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4월 기공식 당시 흙먼지는 온데간데 없고, 잘 정리된 최첨단 건물이 1년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손님들을 맞았다. 장비업계 한 CEO는 “반도체 전공정 공장 건설은 평균적으로 2년 정도 소요되는데, 1년 만에 완료하고 장비 이설에서 시험생산 및 각종 인증 획득 그리고 양산체제 돌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시행착오 없이 완벽하게 끝낸 것은 기록적”이라고 감탄했다.

 총 면적 16만평에 조성된 300㎜ 팹(C2)과 200㎜ 팹(C1)은 산뜻한 외형만큼이나 내부도 잘 정돈돼 있다. 특히 300㎜ 팹은 축구장 3개 크기의 공간에 이미 가동에 들어간 첨단 장비와 세트업이 한창인 장비가 빼곡히 들어서 있으나, 인적은 드물다. 최첨단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돼 있기 때문이다.

 팹 안내를 맡은 하이닉스-ST반도체의 김용군 C2 제조부장은 “300㎜ 팹 내부는 청정도 유지와 보안 관계상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C2는 모든 장비를 캐비닛 속에 넣어 놓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하이닉스 기술력을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공개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C2는 당초 연말까지 월 1만8000장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 같은 생산 규모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총 306대 장비 가운데 80% 이상이 이미 세트업됐으며, 이대로라면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김 부장은 “C2 팹에 들어가는 장비 가운데 현재 15∼20%가 한국 중소장비업체들 제품”이라며 “장비 세트업이 완료되는 시점에서는 40%가량이 주성엔지니어링·아이피에스 등을 포함한 국산장비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팹은 중국에서 지어지지만 국산장비 활용률은 국내 팹 이상인 셈이다.

 C2 팹 내부로 들어가면 오른편에서는 가동이 한창이지만, 왼편은 두꺼운 벽으로 막혀 있다. 그 벽 안쪽에는 현재 세트업중인 1만8000장 규모보다도 큰 공간이 새로운 장비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내년 이 빈 공간도 장비로 가득차 총 3만6000장 이상의 300㎜ 웨이퍼 처리능력을 갖게 된다.

 한때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낙오자로 치부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까지 했던 하이닉스반도체. 그러나 최근 급성장으로 해외경쟁사들의 ‘질시 어린’ 상계관세라는 뭇매를 맞고 있는 하이닉스에게 중국 합작공장은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려는 절박함이 서려 있는 현장이다.

우시(중국)=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인터뷰-하이닉스반도체 우의제사장

 “한 해에 팹 하나를 짓는 정도의 체력은 이제 하이닉스도 갖추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중국과 이천에 동시에 지을 수 있는 힘도 있습니다.”

 우의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기본 업무 계획 차원에서 한 해 한 개 정도의 팹을 짓는 수준의 도전 경영목표를 세워 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지만 하이닉스도 그 정도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지속 성장을 위한 시설 확장 및 신규 투자는 필수적으로, 하이닉스는 주력 기지로 자리잡은 기존 제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정부가 조금 더 융통성 있는 정책 운용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고 적기 신규 투자 및 증설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신중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에는 허가가 날 것으로 봅니다.”

 우 사장은 해외 생산기지 설립은 국내 신규 투자와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하이닉스는 200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흑자기조로 이천공장과 중국공장 추가 투자 등을 모두 진행할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2년 남짓 소요되는 반도체 전공정 공장 건설을 1년 만에 완료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 사장은 중국 합작공장은 장비 이설에서 시험생산 및 각종 인증 획득 그리고 양산체제 돌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번의 시행착오 없이 최단 시일 안에 완벽하게 끝마침으로써 다시 한번 하이닉스만의 저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은 이미 갖춘만큼 이제는 기술경쟁력 확보 및 투자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중국생산거점 완공은 그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번 중국 공장 완공으로 하이닉스는 300㎜ 웨이퍼 생산능력을 최소의 비용으로 확충할 수 있어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및 생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 회사의 사업 성격이나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지배구조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닉스의 지배구조가 시장의 원리에 따라 회사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현시키고 회사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지배구조로 자연스럽게(시간을 갖고)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는 한 개 팹에서 월 14만장을 생산하는 세계 유례없는 제조능력의 노하우를 앞세워 ‘늦었지만 빠른 300㎜ 양산규모 확보’에 나서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60나노급 D램 기술을 적용한 1Gb DDR2 제품 시험생산 계획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기술을 확인한 40나노 이하 공정을 위한 ‘차지 트랩 플래시(CTF)’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우시(중국)=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etnews.co.kr

◆인터뷰-카를로 보조티 ST마이크로 사장

 “실적이 말해주듯이 하이닉스반도체와의 협력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우리는 불휘발성 플래시공정기술 및 제품 개발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D램 공정기술 개발 및 제조력에서 탁월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 윈윈의 기반이 됐습니다.”

 카를로 보조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의 협력기간에 양사는 낸드플래시 생산에 120나노(F120)·90나노(F90)·70나노(F70)·60나노(F60)라는 4개의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이 기간 약 20%의 낸드플래시시장 점유라는 성과를 낼수 있었다며 하이닉스와의 협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보조티 사장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하이닉스와의 후공정분야 협력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어셈블리(패키징) 및 테스트(검사) 공장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양사가 합의하면 (후공정)공장을 공동 설립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조티 사장은 ST의 하이닉스 지분 인수설과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양사의 협력은 최상”이라고 전제한 뒤 “(지분 인수설 등) 여러가지 업계의 관측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필립스 반도체사업부 인수설을 부인하면서, ST의 인수합병 원칙은 지리적 보완성·제품·기술적보완성·재정 상태 및 가치 창출(ST가 약 1년으로 기대하는 기간 내에 수익 증가가 확실한)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1987년 세계 반도체업계 상위 50개사 중 현재 30개 기업이 퇴출되거나 구조조정됐지만 ST마이크로는 현재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로 남아 있습니다. ST마이크로는 컨버전스시대에 맞는 다양한 제품군 및 플랫폼 구현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 전망이 매우 밝습니다.”

 ST마이크로는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내 주요 세트업체에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및 임베디드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보조티 사장은 “한국은 ST 전 세계 매출의 약 8%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디지털 멀티미디어 및 통신 분야에서 모든 신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되므로 한층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의 주요 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ST는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더 빨리 제공하며 경쟁력을 키워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