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운현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청명한 가을날 주말 오후면 어김없이 운현궁에서 환한 웃음으로 외국 관광객을 맞이하는 이가 있다. 그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전문 가이드도 아르바이트 학생도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 자원봉사자다.
탕정 크리스털밸리에 위치한 코닝정밀유리 IS팀 개발파트에 파견돼 공급망관리(SCM) 총괄업무를 수행 중인 삼성SDS의 임인영 사원(30)이 그 주인공이다.
직장은 충청도에 있지만 매주 주말이면 외국 관광객들에 친절한 한국인의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서울행 차편에 몸을 싣는다. 벌써 4년째다.
“대학 때 다녀온 배낭여행 덕택에 봉사활동을 제2의 업으로 삼게 됐어요. 어떤 여행지건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곳은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외국인에게 한국의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임인영 씨가 통역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학생 때 중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도 경험을 살려 중국어 통역봉사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영어에도 자신감이 붙어 이젠 영어통역도 문제없단다. 일상의 빡빡함을 이겨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어떻게 어학 공부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지만, 중요한 것은 어학공부가 아니라 역사공부라고 단언한다.
그는 운현궁이 경복궁에 비해 인기도 떨어지고 규모도 작아 외국인 관광객이 적지만 그만큼 일부러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역사적 배경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어로도 설명이 쉽지 않은 역사적 지식을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설명해내니 감탄이 절로 나올 법하다.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의 사저로 고종황제가 태어나 명성황후와 가례를 올린 곳이에요. 또 한편으로는 일제가 흥선대원군을 감시하기 위해 지은 양관(양옥집)이 남아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를 지닌 곳이죠”
그는 외국 관광객 앞에서 통역봉사 전문가답게 똑 부러진 설명을 전한다. 외국인들에게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외교 사절이나 다름없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원더풀’ ‘뷰티풀’이란 말을 듣는 건 그가 자원봉사를 쉴 수 없는 이유이자 보람이다.
‘봉사활동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이라 말하는 임인영 씨, 그의 환한 미소는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 분명 기억에 남을만한 최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