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홈 혁명, 거실을 잡아라]1부-넘나들기 시작됐다②

[디지털홈 혁명, 거실을 잡아라]1부-넘나들기 시작됐다②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소니 HD월드 개념도

②가전업계, 안방 수성 작전

 전 세계 가전업계가 디지털 ‘안방’을 수성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상징되는 차세대 가전시장이 비록 양적·질적인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지만 전통적으로 다른 영토에 있던 산업 또한 주도권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간·기기 간 대규모 융·복합 현상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눈팔고 있다가는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긴장감이다. 한때 전 세계 가전시장의 맹주였던 유럽계·일본계 대형 제조회사들이 최근 몇년 새 그 자리를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에게 내준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아직은 차세대 디지털홈 시장을 선도하는 쪽은 가전 산업인 것이 사실이다. 사업기반을 굳이 거론한다면 디지털홈 환경의 3대 요소인 기기와 네트워크, 콘텐츠 모두 전 세계 가전업계가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디지털홈 시스템의 허브격인 홈 네트워크·미디어 서버도 정통 가전업체들이 주도한다. 따라서 완벽한 디지털홈 세상을 위해 타업종과의 활발한 제휴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홈비타’라는 디지털홈 브랜드를 내걸고 있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가전·통신에 이르는 방대한 제품 라인업을 활용, 다양한 홈 엔터테인먼트 및 원격제어 솔루션을 진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삼성전자라 해도 갖추지 못한 사업기반은 있는 법. 당장 건설사업부터 통신망·방범·방재·콘텐츠 등 각종 온·오프라인 서비스는 디지털홈 토털 서비스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삼성전자가 디지털홈 사업의 성패를 다양한 이업종 회사들과의 탄탄한 제휴에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전자도 마찬가지 행보다. 국내 가전시장의 전통적인 선두였던 LG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시장에서 제휴·협력 기반을 확대해 왔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해 벌써부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LG전자는 중국 대형 건설사 가운데 하나인 바이스다실업유한공사와 손잡고, 향후 중국에서 추진되는 모든 건설프로젝트에 ‘LG홈넷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도입되는 곳은 상하이 ‘u시티’ 프로젝트. 이 사업은 바이스다가 오는 2010년 중국에서 개최될 세계 엑스포 행사 전까지 건립할 최첨단 주거단지 프로젝트로, 미국 록펠러 그룹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니는 적어도 ‘보고 듣고 즐기는’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솔루션 라인업이 독보적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방송장비 시장 선두인데다, 각종 AV 기기는 물론이고 게임·영화·음악 등 방대한 콘텐츠 또한 직접 보유하고 있다. 소니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HD 월드’라는 비전을 현실화하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적어도 디지털홈에 관한 한 대우일렉도 빼놓을 수 없다. 대우일렉은 올해 들어 42·50인치 PDP TV를 신규 출시하는 한편, 풀HD급 LCD TV 일체형 제품도 조만간 선보인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내 처음 홈미디어 서버를 개발했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방범방재 등을 아우르는 ‘홈씨엘’이라는 디지털홈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이처럼 가전 업계가 영향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가전제품이 갈수록 건축물이나 가구만큼이나 소비자에게 중요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희민 삼성전자 부사장은 “디지털홈은 새로운 주거문화의 트렌드로 봐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건축·가구와 마찬가지로 주거공간의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홈네트워크 관련 기술표준화도 대부분 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이 이끌면서 그들의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홈 사업의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전력선 통신 표준 ‘LnCP’ 확산을 위해 지난해 국내외 40여개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인텔·시스코 등 해외 유수 업체들도 LnCP 컨소시엄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쓰비시·JVC·NBC유니버설·차터커뮤니케이션 등과 함께 구성한 AV 관련 컨소시엄인 ‘HANA’의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인텔·소니·IBM 등 190여개 업체와는 ‘디지털리빙네트워크’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업체별 디지털홈 사업 비전

 전 세계 정보가전 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소니. 차세대 디지털홈 시장을 겨냥한 이들의 행보는 그 특유의 경쟁력만큼 저마다 독특한 강점과 색깔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디지털홈 사업 비전을 담아 ‘홈비타’라는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홈비타는 △집안에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들을 연결해 풀HD급 콘텐츠를 한층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고화질(HD) AV 솔루션 △각종 디지털기기에 무선 광대역 서비스인 와이브로를 탑재해 각종 기기 제어나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텔레커뮤니케이션 솔루션 △건강·방범·방재 기능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확장 솔루션 등 세 가지 서비스가 축이다. 반도체 칩에서 수많은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가 보유한 제품 라인업 덕분에 그 어느 경쟁사보다 포괄적인 디지털홈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디지털홈 사업 경쟁력이 타업종과 제휴 확대에 있다는 점에 착안, 협력사 네트워크 구축에 최대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홈 사업은 제품과 협력사의 ‘네트워크’ 경쟁력인 셈이다.

 LG전자(대표 남용)는 홈네트워크의 ‘표준’을 자임하고 나선 지 오래다. LG전자의 디지털홈 토털 솔루션은 ‘홈넷’이라는 브랜드로 익숙하다. LG전자는 국내 업계에서는 디지털홈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지난 1999년 홈네트워크 제품 개발에 나선 뒤 2000년 인터넷 냉장고를 세계 처음 개발했고 에어컨·전자레인지·세탁기·TV·식기세척기·가스레인지·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 등에 잇따라 홈네트워크 기능을 구현했다. 그 배경에는 LG전자가 독자 개발해 업계 표준으로 확대하고 있는 ‘홈네트워크제어프로토콜(LnCP)’ 기술도 한몫하고 있다. 오랜 역사 덕분에 LG전자는 미국·영국·스페인·호주 등 해외 22개국에 자사 홈네트워크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특히 중국에서는 확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 선두라는 지위를 활용, 지난 7년여 동안 축적한 사업경험과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 LG전자의 특색이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니 또한 국내 업계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비치고 있다. 고화질 영상으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장악하겠다는 이른바 ‘소니 HD 월드’의 비전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소니는 방송장비 시장에서 전통적인 선두이자, TV·캠코더·노트북·HD플레이어 등 다채로운 AV 제품군을 두루 갖췄고 게임·영화·음악 등 콘텐츠 분야에서도 이미 자체 제작·생산·유통 역량을 확보한 디지털홈 공룡기업. 향후 일반 가정은 물론 영화·의료·교육·방송 시장 전반에 걸쳐 ‘HD 세상’이 펼쳐지게 되면 말 그대로 소니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디지털홈 3박자

 디지털홈을 위한 뼈대인 세 가지 ‘구조물’이 마침내 완공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가전·생활가전 기기와 한층 실감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그리고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유무선 광대역 네트워크의 진화가 바로 그 삼박자다. 한 해 가전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난 CES 2007 행사의 주제가 ‘콘텐츠와 기술, 그 사이의 모든 것’이었다는 점만 봐도 이 세 가지 핵심요소가 한층 무르익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달라진 양상은 풀HD급 초고화질과 영상을 지원하는 기기가 세계 가전시장의 뚜렷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LG전자·소니·샤프 등 국내외 주요 가전메이커는 40인치대 이상 풀HD급 LCD·PDP TV를 올 한 해 주력으로 내세우는 한편, 모니터·AV 등 주변기기도 완벽하게 지원하는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블루레이·HD DVD 등 차세대 영상 저장장치 또한 더욱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올해부터 크게 대중화할 분위기다. 여기다 올해 들어서는 ‘콘텐츠’도 본격 가세하고 있다. 소니·세가 등 전통적인 게임 강자들은 물론이고 풀HD급 콘텐츠 제작·보급에 적극적인 세계적인 영화사들도 최근에는 블루레이나 HD DVD 타이틀을 대거 출시하며 시장경쟁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HP 등 컴퓨터 진영이 차세대 운용체계(OS)인 ‘윈도비스타’를 내세워 한층 더 진화한 홈네트워킹과 방대한 콘텐츠 서비스로 공세를 펼친다면, 가전업계로서는 전통적인 안방을 수성하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인 셈이다.

 디지털홈의 신경망인 네트워크도 가일층 진화하고 있다. 한때 전화선이나 케이블에 그쳤던 디지털홈의 네트워크는 이제 광대역 무선통신은 물론이고 전력선통신(PLC)·광케이블(FTTH)로 상용화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욱 확장된 연결성에 고화질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대용량 네트워크로 빠르게 변모하는 모습이다.

 디지털홈의 삼박자가 진화하고 있는 중심에는 또한 국내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쓰비시·선마이크로시스템스·NBC유니버설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과 함께 전 세계 오디오·비디오 컨소시엄인 ‘하나’의 의장직을 맡아 기술 표준화 및 세계 시장 주도권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LG전자는 대우일렉·인텔·시스코 등 국내외 40여개사와 공동 구성한 ‘LnCP’라는 홈네트워크 표준 컨소시엄을 이끄는 한편,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 현지 디지털홈 사업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