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잭슨처럼 훌륭한 작품으로 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언젠가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개최한 워크숍에서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가진 이승훈 TD(38·Technical Director)의 말에는 자신감과 꿈이 담겨 있었다.
그는 스타워즈의 명장 조지 루카스가 세운 특수효과 전문회사 ILM((Industiral Light & Magic)에서 일하는 수백명의 TD 중 단 두명뿐인 한국인 중 한명.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TD란 직업은 애니메이터나 모델러가 창조한 캐릭터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생명을 불어넣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아일랜드’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의 작품에 삽입된 CG가 그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TD는 아티스트의 감성과 프로그래머의 능력을 동시에 지녀야 합니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고 그것을 CG로 표현하는 것이 TD의 역할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에서 문어발 수염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비 존스는 ILM의 한국인 동료 홍정승씨와의 합작품으로 예고편에 가장 많이 등장한 장면이다.
그런 그이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국내 대학을 졸업한 후 한·일 양국에서 경험을 쌓아 ILM에 취업한 특이한 케이스.
“CG를 배우면서부터 ILM 입사를 꿈꿨다”는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미국 내 CG 관련 회사에 100통이 넘는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고, 30여번의 면접을 봤지만 부족한 영어 때문에 고배만 들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서른두살의 나이에 안정적인 일본 내 직장을 그만 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8개월 동안 어학연수 후 ILM과 드림웍스에서 동시에 일할 기회를 얻었다. 이 때 드림웍스는 3년을 보장했지만 그는 6개월의 계약직을 제안한 ILM을 택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죠. 6개월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저의 성실성과 실력을 인정한 회사가 정식직원으로 채용했죠.”
그는 ILM 입사 후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스타워즈 에피소드’ 등을 포함해 10여편의 제작에 참여하는 등 작품의 일정 부분을 총괄하는 TD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이제 영화 제작의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프로듀서가 되려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승훈 TD는 “좋은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할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며 “좋은 기회가 자기에게 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